‘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정국 대충돌 양상이 빚어졌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며 맞불을 놨다.
정기국회 기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협치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9일 오전 정 실장의 자택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정 실장 자택에서 아파트 내부와 지하주차장의 폐쇄회로(CC) TV 영상 등을 확보했다. 민주당사에서는 정 실장의 컴퓨터가 없음을 확인하고 철수했다.
검찰은 또 국회 본청에 위치한 정 실장의 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진표 국회의장 측은 ‘임의제출 형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검찰은 영장 집행을 택했다.
정 실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게 직무와 관련해 1억4000여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부패방지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정 실장에게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도전했던 2014년과 경기지사 시절이었던 2020년에 각각 5000만원과 4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정치탄압 쇼’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태원 참사로 궁지에 몰린 윤석열정부가 국면전환용으로 검찰 수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사 압수수색 후 브리핑에서 “당사에는 정 실장과 관련된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검찰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음에도 압수수색을 한 것은 이태원 참사로부터 국민의 눈을 돌리는 검찰의 정치탄압 쇼”라고 비판했다.
임선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애도 기간이 끝나자마자 국민의 분노를 정치 보복 수사로 돌리려는 정권과 검찰이 야합했다”면서 “총체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윤석열정권의 검찰 독재, 정치 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3당과 일부 무소속 의원들은 함께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을 통해 윤석열정부의 부실한 대처를 추궁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도다.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맞불을 놓는 의미도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조사와 관련해 “국민과 희생자의 요구가 큰데,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지금은 당장 개문발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슬픔을 정치에 활용해선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승욱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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