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은 한 멕시코 학생이 사고 당시 겪은 압박으로 인한 후유증을 심하게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멕시코 의대생인 줄리아나 벨란디 산티엘라(23)가 당시 현장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보도했다.
줄리아나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당일인 29일 오후 10시 8분쯤 언덕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골목을 걸어내려가면서 점차 군중 속에 끼여 강한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순간에 친구인 캐롤라이나 카노(21)와 분리됐고, 곧 이어 다른 이들에게 완전히 몸이 짓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줄리아나는 “어느 순간 내 발은 더 땅에 닿아있지 않았다”라면서 “내 위에 의식을 잃은 남성이 포개졌는데, 그때부터 호흡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폐가 납작해지는 것을 느꼈고, 입으로 얕은 숨을 들이마시는 것에만 집중했다. 줄리아나의 회상에 따르면 그의 주변에서 살려달라고 외치거나 경찰을 부르던 이들은 점차 몸이 축 늘어지면서 침묵에 빠졌다.
줄리아나는 WP에 자신은 목만 움직일 수 있었고, 목 아래로 몸은 완전히 압박 돼 마비됐었다고 전했다. 이어 다리에도 감각을 잃고 발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이제 곧 죽을 수 있겠다’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 순간 높은 난간에 있던 한 남성이 그의 팔을 붙잡아 군중으로부터 분리해 구출했다고 한다.
직후 잠시 의식을 잃었던 줄리아나가 깨어나 핸드폰을 봤을 때는 오후 10시 57분이었다. 그는 몇 분이 지난 후 다리에 감각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미 이태원 바닥에는 시신들이 즐비해 걷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전했다. 줄리아나는 탈출 후 낯선 사람의 휴대폰을 빌려 헤어진 친구 카노를 찾았고, 다행히도 둘은 이태원역 앞에서 무사히 만났다.
줄리아나는 “우리는 서로를 보고 껴안고 많이 울었다. 정말 서로가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면서 “우리가 살아있는 것은 정말 기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줄리아나는 다음날인 30일 열이 올라 가톨릭대 성모 병원 응급실에서 4시간을 보냈고, 근세포가 붕괴된 것을 의미하는 ‘횡문근융해증’을 진단받았다.
횡문근융해증이란 외상 등으로 인해 근육에 에너지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괴사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생긴 독성 물질이 순환계로 유입되는 질환이다. 정도가 심하면 부종에 따르면 혈관 압박으로 대사성 질환, 급성 신장 손상 등 기관 손상을 일으킨다.
줄리아나의 경우 다리에서 횡문근융해증이 발병하면서 한 쪽 다리가 붓고 보라색으로 변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걸을 때 발 전체를 땅에 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 요크 대학의 재난 및 응급 관리 전문가 알리 애스게리(Ali Asgary)는 군중 재난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WP에 보내온 이메일을 통해 “부상 혹은 사망은 여러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라면서 “군중 밀집도와 벽의 강도, 땅이 얼마나 고르지 않은지, 공간이 얼마나 좁은지 등 복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안전 전문가들은 군중 충돌 시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원인으로 질식, 머리 외상 및 갈비뼈 골절을 들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공중보건학을 가르치고 있는 응급의사 로히니 하르는 당국이 부상자를 대피하거나 신속한 의료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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