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줘’ 문자에 이태원 달려간 아빠… “딸 업고 1㎞ 뛰었다”

Է:2022-11-01 04:20
:2022-11-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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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차량 탄 30대 남녀, 도움의 손길 내밀어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추모의 꽃이 놓여있다. 최현규 기자

한 60대 남성이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는 딸의 문자를 받고 현장에 달려갔단 사연이 전해졌다.

31일 뉴시스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남성 A씨(62)는 사고 당일 밤 11시 무렵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에 간다던 20대 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딸은 다급한 목소리로 “옆에 사람 다 죽었어”라고 말했다. A씨는 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에 계속 통화가 끊어졌다.

60대 남성 A씨가 지난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당시 20대 딸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뉴시스

그러자 딸은 “안 들려??”라는 문자를 보낸 이후 “나 죽다 살았는데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고 긴박한 상황을 알렸다. 딸은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 났는데 집 가려다가 맨 밑에 깔렸다. 살려줘. 나 무서워”라고 A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A씨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이태원으로 향했다. 그는 “택시를 타고 이태원 부근에 도착했는데 교통 통제로 인해 도로가 막혀 차에서 내려 1.5㎞가량을 뛰었다”고 말했다.

A씨는 딸이 있는 파출소에 도착한 뒤 딸의 몸 상태를 살폈다. 그는 “파출소 안에 우리 딸을 포함해 네 명 정도가 누워 있었는데 딸의 상태가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정도로 안 좋았다. 그런데 사망자가 너무 많아 경찰과 소방이 그쪽을 먼저 대응하면서 딸 순번까지 오려면 최소 서너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사망자 수습이 우선이라서 배정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는데 딸은 되게 고통스러워하고 완전히 도로는 통제돼 일반 차가 못 다니는 상황이었다”며 “결국 택시라도 탈 수 있는 쪽으로 나가려고 딸을 등에 업고 1㎞ 넘게 뛰었다”고 했다.

사고 당시 이태원에선 인파와 교통통제 등으로 택시를 잡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길을 지나는 차량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때 흰색 BMW 차량에 탄 30대로 보이는 남녀가 A씨에게 다가와 병원으로 태워주겠다고 말했고, 이들은 A씨 부녀를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에 데려다줬다고 한다.

하지만 병원 상황도 좋지 않았다. 먼저 온 사상자들로 다른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들 남녀는 A씨 부녀가 사는 곳 인근의 분당차병원까지 두 사람을 태워줬다.

A씨 딸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뉴시스

A씨의 딸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끝에 고비를 넘겨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병원은 A씨 딸이 사고 당일 장시간 압력에 노출되면서 근육 손실로 인한 신장 손상을 입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고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마비됐던 오른쪽 다리에는 깁스를 했다.

A씨는 전날 SNS에 이 같은 내용을 올리며 도와준 젊은 남녀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지금 입원한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서너 정도 시간이 걸렸다.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약소한 돈이라도 비용을 치르려고 했는데 한사코 안 받고 다시 건네주고 돌아갔다”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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