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 할거면 해. 난 내가 알아서 할게.”
SPC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진 사고로 불매운동 바람이 부는 가운데 익명의 서울대 학생이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의 내용이다.
이날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타) 서울대 자유게시판에는 “빠바(파리바게뜨) 요즘 맛있어진 듯”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파리바게뜨는 SPC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다.
이 글을 올린 익명의 서울대생 A씨는 “불매운동 누구도 강요 안 한다면서?”라며 “서로 각자 갈 길 가자는데 굳이 참견질하는 게 어느 쪽인지 생각해보자”고 적었다.
A씨는 이 글에 파리바게트에서 산 빵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사진을 첨부했다.
그는 “먹기 싫다는 글을 쓰면 자유로운 불매인이고, 먹고 싶단 글을 쓰면?”이라고 되물으면서 “당신들은 윤리경영을 중시하나 보다. 난 내 취향과 접근성을 중시하겠다”고 했다.
이어 “당신들은 언론보도에 공감하나 보지. 난 좀 더 지켜보겠다”며 “근데 왜 나를 가르치려 드느냐”고 날을 세웠다.
A씨는 글 서두에서 “원래 밥을 더 좋아해서 서양인들은 어떻게 빵만 먹고 사나 했는데, 유럽여행에서 빵 먹어보고 깨달았다. 화강암이 아닌 석회암질 물, 천일염 대신 암염, 품종 다른 밀가루를 써서 빵맛 자체가 다르다”며 “요즘은 파리바게뜨도 빵맛 개선이 많이 돼서 괜찮은 것 같다”고 적었다.
A씨의 글에는 주로 비판적인 반응이 많았다. 한 에타 이용자는 “SPC 바이럴(온·오프라인을 통해 입소문을 퍼뜨려 홍보하는 방식)을 이 타이밍에?”라며 SPC를 옹호하는 것이냐는 취지의 지적 댓글을 달았다.
다른 누리꾼들도 “나중에 후손들이 2020년대의 사회현상 배울 때 교본으로 사용가능할 것 같다” “굳이 이 타이밍에 이런 글을 쓰나” “수능 점수만 높고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무관심이 답이다”는 등의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A씨가 올린 글은 이후 삭제된 상태다.
한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특히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사고 발생 다음 날에도 작업이 계속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잘못된 일”이라며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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