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택배물량이 급증했고 지난 2년간 택배기사가 22명이 사망해 파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이 협상을 거부해 우리는 본사를 점거 했고 돌아온 건 20억원 손해배상소송이었다.”(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18일 오후 2시 노동현장 손배사업장 대응모임,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손해배상·가압류(손배가압류)는 기업이 노동자의 노동권을 박탈하는 행위인만큼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안) 제정을 서둘러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엔 손배가압류를 경험한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 회사의 과실과 불법에 최소한의 저항조차 금지하는 현실을 규탄했다.
진 위원장은 회사와 택배기사간 특수고용 관계를 지적했다. 그는 “특수고용형태 때문에 파업 당시 CJ대한통운 측에서 진짜 사장임을 부인하고 ‘계약관계가 아니다’라며 대화를 거부하니 (노조 측은) 점거와 같은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며 “택배기사도 원청과 계약을 맺는 노동자가 되면 점거 농성 같은 투쟁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배소는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노동자를 결국 죽음으로 내몬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수 손배사업장대응모임 대표는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가 손배가압류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손배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고 기업의 불법은 원·하청 구조의 노동사각지대를 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로 노동자와 그 가족 30여명이 희생됐고 그로부터 10년 뒤 대우조선 하천노동자들에게 손배가압류로인한 고통이 이어졌지만 악순환은 여전히 반복되며 손배가압류는 생존권과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려는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다”고 지적했다. ‘경영상 위기’는 경영자 책임이지 노동자가 일터에서 쫓겨날 명분이 아니며, 정리해고에 저항한 노동자에게 손배를 지우는 일이 없어야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 의원은 “주요 민주주의국가들은 노사 관계 파탄을 막기 위해 손배를 극도로 절제하는 관행이 있고, 쟁의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는 헌법이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쟁의행위의 주체, 목적, 절차, 수단을 엄격히 따지며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노동자의 자율결사를 손해배상으로 억압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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