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던 지난 9월 해양경찰청 일부 직원이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해피살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영결식이 있던 날과 대만 해역 사고에 투입됐던 해경 동료의 실종이 알려진 날에도 골프를 친 직원들이 있었다.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해양경찰교육원 골프장 이용현황’에 따르면 한반도가 힌남노의 영향권에 속했던 9월 3일부터 7일까지 해경 25명이 골프를 쳤다. 이들은 전남 여수시에 있는 해경교육원 골프장을 이용했고 대다수가 경위 이상의 중간급 간부였다.
힌남노가 제주와 남부 일대에 영향을 끼쳤던 9월 3일에는 14명, 이튿날인 4일에는 7명, 힌남노 복구작업에 들어갔던 같은 달 7일에는 4명이 해당 골프장을 방문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영결식이 열린 같은 달 22일에는 11명이 골프를 쳤다.
직원들은 대만 해역에서 실종된 ‘교토 1호’ 수색에 투입 후 복귀하던 중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남해해경청 항공대원 3명의 수색이 이뤄지던 날에도 골프를 쳤다. 지난 4월 9일, 10일, 13일 총 26명의 직원이 해당 골프장을 방문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2014년 건설된 이 골프장에는 사업비 총 145억원이 투입됐으나 민간 골프장 대비 가격이 저렴해 적자가 나고 있다. 홍 의원은 “동료가 순직하고, 역대급 태풍이 불어 큰 피해가 예상되는 비상 상황에서도 본분을 망각한 채 해양경찰청 임직원들이 골프를 즐겼다는 사실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골프장 갈 열정을 대한민국 해양 안전보호를 위해 써 달라”고 지적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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