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말에 책상을 내리치며 12초간 노려보는 장면이 11일 포착됐다. 유 사무총장이 박 의원의 “감사원장과 사무총장 말이 다르다”는 발언에 “아닙니다. 의원님”이라고 말을 끊었는데, 박 의원이 “가만히 계세요”라고 소리치며 제지한 것이다.
유 사무총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감사가 감사원의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에 “감사원의 규정과 역사, 관행에 비춰 허위사실”이라며 “그래서 감사위원들이 이 회의에 배석하는 건 어떤 점에서는 부적절할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앞서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 주고받은 문자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것을 두고는 “논란거리를 제공해 송구하다”면서도 “소통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했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이 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유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전날 보도가 허위사실이라는 내용의 대화가 더 있었기 때문에 이틀간 연이어 대화가 이어져 ‘또’라는 표현을 썼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 의원과 유 사무총장이 신경전을 벌인 장면은 최재해 감사원장의 발언 이후 나왔다.
최 감사원장은 이날 출석해 “감사 착수, 감사 개시 권한은 감사위원회 의결사항이 아니고 감사원장에게 있다”며 “감사위원회와 사무처는 감사원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감사원 사무처는 감사를 하도록 그렇게 감사원법에도 명시돼 있다. 그건 감사원장의 지휘·감독을 받게 돼 있지 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게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1분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한 뒤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의 말이 다르다”며 “감사원장은 기본적으로 감사위원회 의결사항이 아닌 자기 권한이라는 취지고, 사무총장은 의결을 하지 않는 것이 허위 내용이라고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이때 유 사무총장은 “아닙니다. 의원님”이라며 말을 끊었고, 박 의원은 “가만히 계세요”라고 소리쳤다. 박 의원은 4초가량 유 사무총장을 쳐다보면서 주먹으로 책상을 쿵 소리가 나게 내리쳤다. 그 뒤로도 박 의원은 약 12초간 유 사무총장을 말없이 응시했다. 이어 목을 가다듬으면서 “그래서 두 분 말씀이 다르다. 이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법사위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위원 의결 사안인지 여부에 대해 두 분 답변이 다르다고 하는데, 제 귀가 잘못됐는지는 모르겠으나 두 분 의견이 똑같다”며 “사무총장이 허위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 언론의 보도가 허위사실이라는 취지의 발언 같다”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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