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을 앞두고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를 반환하라는 목소리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거세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체인지닷오아르지’ 사이트에는 이날 ‘아프리카의 위대한 별’ 혹은 ‘컬리넌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다이아몬드를 반환해 남아공 박물관에 전시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75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체인지닷오아르지는 변화를 위한 세계의 플랫폼이 되겠다며 만들어진 인터넷 사이트로,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을 이 사이트에 청하면 다중이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
1905년 남아공의 한 광산에서 채굴된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3106캐럿으로 인간 심장 크기에 달한다. 남아공 정부는 1907년 당시 영국의 군주였던 에드워드 7세에게 이 다이아몬드를 선물했다.
이후 다이아몬드는 9개의 큰 다이아몬드와 96개의 작은 조각으로 잘렸다. 에드워드 7세는 가장 큰 돌(530캐럿)에 ‘아프리카의 위대한 별’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두 번째 큰 돌(314캐럿)은 ‘아프리카의 작은 별’이라고 명명했다. ‘위대한 별’은 영국의 왕권을 상징하는 지팡이 ‘홀’에 장식됐고 ‘작은 별’은 왕관에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와 사진에서도 이 다이아몬드를 착용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컬리넌 다이아몬드의 반환 요구가 거세진 데는 오는 19일 치러지는 장례식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위에 컬리넌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왕관(Imperial State Crown)과 지팡이 홀(Sceptre)이 놓이기 때문이다.
남아공인들은 여왕의 장례식에 컬리넌 다이아몬드가 등장하는 것은 “영국의 엄혹한 식민지배를 떠올리게 한다”며 반발했다. 남아공 대학의 에베리스토 벤예라 아프리카 정치학 교수는 “식민지 시대의 거래는 불법이며 부도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별’은 피의 다이아몬드”라며 “도난당한 다이아몬드를 받은 사람도 무죄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아공 야당의 대변인 레이 앤 매티스는 “고인이 된 영국 여왕은 반세기 넘게 이 다이아몬드들을 과시해왔다”며 “영국의 식민지 세력은 땅을 훔치고, 원주민들의 광산을 유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의 요구는 ‘아프리카의 위대한 별’이 포함된 모든 식민지 도난품에 대한 송환”이라며 “우리는 반환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는 영국 왕실이 다이아몬드를 빌렸다는 뜻으로, 유효한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왕실은 남아공의 다이아몬드 반환 요구에 대해 남아공 정부가 보석을 사들여 생일 선물로 준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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