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젠지 미드라이너의 성공 가도를 이끈 쌍두마차는 아지르(13승1패)와 아리(10승1패)였다. 정규 리그 1라운드부터 애용했고, 지난 20일 리브 샌드박스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까지도 두 챔피언 덕을 봤다.
하지만 28일 T1과의 결승전에선 충성스러운 명마(名馬) 한 필을 끝까지 마구간에서 꺼내지 않았다. 상대가 가져가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2세트 땐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두 번째 밴 페이즈에서야 밴 카드를 투자했다. 젠지는, ‘쵸비’ 정지훈은 강릉에서 아리를 버렸다.
아리는 2022시즌을 상징하는 챔피언 중 하나였다. 지난 2월 12.3패치를 통해 버프를 받은 뒤로 많은 팀이 고평가해왔다. 스프링 시즌 내내 르블랑, 라이즈, 빅토르와 함께 ’메타 픽’으로 여겨졌다. 서머 시즌에는 아지르와 양강 구도를 이뤘다.
하지만 젠지는 조용하게, 그러나 파도처럼 밀려온 메타의 변화를 실감하면서 아리의 티어를 재설정했다는 후문이다. ‘쵸비’ 정지훈이 예능 프로그램 ‘육퀴즈 온더 파이널’에서 농담처럼 던졌던 “아리는 ‘똥챔’이다”라는 말에는 진담이 한 스푼 섞여 있었던 셈이다.

올여름 미드라이너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는 아리 대 아지르 매치업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 구도는 아지르가 라인전을 리드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아리는 로밍이나 정글러와의 유기적인 움직임, 기습적인 이니시에이팅을 통해 상대보다 많이 득점할 수 있으므로 많은 팀과 선수가 선호했다.
그러나 오른, 세주아니 등이 각광받는 탱커 메타가 도래하자 젠지는 아리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젠지 관계자는 “아리는 라인전 성능이 떨어지는 대신 오브젝트 한타 때 포지셔닝으로 메이킹(변수를 창출하는 플레이)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단단한 챔피언들, 붙는 챔피언들이 많이 나와 그런 장점이 많이 퇴색됐다”고 귀띔했다.
또 “ 아리에겐 ‘혼령질주(R)’ ‘매혹(E)’ 후에 딜을 넣을 수단이 없다. 결국 보조자 역할일 뿐이다. 메이킹밖에 못 한다. 정지훈한테는 재능낭비에 가까운 챔피언”이라면서 “후반 밸류까지 떨어진 게 (아리를 낮게 평가한) 이유”고 덧붙였다.
플레이오프를 수놓았던 정글러들의 특징도 아리를 협곡 밖으로 쫓아낸 이유 중 하나였다. 요즘 팀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글러는 바이, 오공, 세주아니다. 한 관계자는 “세 챔피언 모두 역공(逆攻)에 능해 아리에 대한 면역력이 있다”며 “이러면 아리는 앞라인(탱커 라인) 싸움에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젠지는 사실 정지훈의 아지르를 팀 운영의 핵심으로 여겼다고 한다. 젠지는 플레이오프에서 슈리마의 왕으로 4전 전승을 거뒀다. 정지훈은 평균적으로 경기 시작 후 15분 기준 CS 16개, 284골드를 앞섰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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