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보훈처가 광복회를 특정감사한 결과 김원웅 전 광복회장이 8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포착했다며 추가 고발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재임 기간에 만든 만화 위인전에서 모친 전월선씨를 백범 김구 선생보다 훨씬 더 무게감 있게 다룬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19일 박민식 보훈처장은 광복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전 회장의 모친) 전월선 선생 만화책은 430쪽인데 백범 김구 만화책은 290쪽”이라며 “사업 자체에 고개가 갸우뚱하는 부분이 있고, 이런 만화가 도대체 국민들한테 얼마나 공감을 가질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회장은 재직 당시 아동용 출판물로 ‘독립운동가 100인 만화 위인전’을 만들면서 모친의 위인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전월선’을 포함했다.
이 책은 290쪽 분량의 김구 선생 만화 위인전보다 140쪽 많은 430쪽 분량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책 내용에는 김 전 회장이 태어나는 장면까지 포함돼 가족사 미화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전월선씨를 포함한 김 전 회장 부모에 대해서는 ‘가짜 광복군 유공자’라는 의혹이 제기돼 소송이 진행 중이다. 김 전 회장의 부모인 고(故) 김근수·전월선씨가 거짓 행적으로 서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부친은 독립운동가 김근수 선생과 다른 인물이고, 모친은 친언니인 전월순 선생의 독립 유공을 가로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이날 보훈처는 김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까지 2년여간 출판 사업비를 2배 가까이 부풀려 수주업체에 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건네고, 별도 사업을 통해 대가성 기부금 1억원을 받아내는 등 8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김 전 회장을 비롯해 이번 의혹에 연루된 광복회 전 임직원 4명 등 총 5명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2월 광복회 소유의 국회 카페 수익금을 유용한 혐의로 먼저 고발된 바 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재임 중이던 2020년 6월 광복회는 성남시와 ‘독립운동가 100인 만화 출판 사업’을 추진하면서 성남시 산하 성남문화재단 전 웹툰기획단장이 추천한 인쇄업체 H사와 2020년 7월 수의계약을 맺었다. 총사업비는 10억6000만원이었는데, 시가 2배에 가까운 가격이었다고 한다. 광복회 측 담당자가 2020년 8월쯤 기존 광복회 납품업체와 비교견적을 통해 H사의 계약금액이 시장가에 비해 90% 이상 부풀려진 점을 포착했다.
보훈처는 최종 결재권자였던 김 전 회장이 납품가를 낮추려는 조치 없이 계약을 진행했고, 그 결과로 광복회에 5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훈처는 김 전 회장이 2019년 6월~2021년 12월까지 법인 카드로 1795건 결제하면서 사용한 7900여만원 중 2200만원(410건)가량은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한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카드 세부 내역에는 김 전 회장의 가발 미용비·약값·병원비·목욕비와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약초학교 직원·인부 식대, 개인용 반찬비 등이 포함됐다. 자택 인근 김밥집·편의점·빵집에서 쓴 기록도 있었다.
광복회가 2020년 8월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 내 카페 인테리어 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정 공사비 1200만원보다 9배 비싼 1억1000만원을 지출한 사실도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 밖에도 김 전 회장이 2020년 11월 자본금 5000만원의 영세 업체로부터 마스크 납품 등 사업을 알선해준다는 명목으로 1억원의 기부금을 받은 의혹, 한 금융사가 기부한 8억원 중 1억3000만원을 기부 목적과 달리 운영비로 집행해 기부금품법을 위반한 정황도 파악됐다.
부정 채용 의혹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보훈처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재임 시절 채용된 15명 중 7명은 공고·면접 등의 절차 없이 채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김 전 회장이 국회의원 등으로 있을 때 인연을 맺은 보좌관, 시의원 등 정치권 인사거나 김 전 회장 지인이라고 한다. 다만 이 부분은 형사법적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려워 당장 고발 대상에 포함되진 않았다.
박 처장은 “김 전 회장이 권한을 남용해 독단적, 자의적으로 운영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거의 1인 독재”라며 “광복회를 사조직화해 궤도를 이탈시킨 범죄자의 응당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보훈처장으로서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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