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이준석 대표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 지구를 떠나겠다’는 약속부터 지키라”고 13일 쏘아붙였다. 이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이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차기 총선에서 열세지역에 출마하라’고 요구한 것을 맞받아친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스스로 했던 약속부터 지키면 험지인 호남 지역 출마를 고려해보겠다”며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 지구를 떠나겠다고 했으니 화성이든 달나라든 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날 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직격한 것을 두고 “이 대표가 말한 것이 정의이고,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냐”고 발끈하며 “말로 국민을 계속 현혹하고 혹세무민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한 언론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정권이 위기인 것은 윤핵관이 바라는 것과 대통령이 바라는 것, 그리고 많은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것이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들은 윤석열정부가 총선승리를 하는 데에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십시오”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윤핵관’으로 권성동·이철규·장제원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정진석·김정재·박수영 의원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소위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당의 우세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들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경상도나 강원도, ‘강남 3구’ 등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들은 윤석열정부의 성공 때문에 딱히 더 얻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들이 진취적인 곳에 도전하는 모습을 솔선수범해서 보여야 한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이라는 표현을 앵무새 같이 읊는 윤핵관 여러분이 조금 더 정치적인 승부수를 걸기를 기대한다”고 연신 주문했다. 이어 “여러분이 그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절대 오세훈(서울시장)과 맞붙은 정세균(전 국무총리), 황교안(전 총리)과 맞붙은 이낙연(전 총리)을 넘어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윤핵관들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한 이상 저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윤핵관이란 사람들이 정당을 경영할 능력도, 국가를 경영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차피 그들만의 희생양을 또 찾아 나설 것”이라며 “윤핵관들은 선거가 임박하면 희생양의 범주를 넓혀 떠받들었던 사람까지 희생양으로 삼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희생양에 대통령도 포함되나’라는 질문에 “머릿속에 ‘삼성가노(三姓家奴·성이 3개인 종)’라는 단어가 떠오르긴 하는데 그 이상의 해석은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앞서 장제원 의원을 겨냥해 “윤핵관의 핵심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입니까”라며 “2017년 대선에서 3명의 후보를 밀었던 ‘삼성가노(三姓家奴)’ 아닙니까”라고 비판했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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