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가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 결과를 재반박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일 서울 종로구 센터 사무실에서 휴대용 선풍기의 전자파 방출량 측정 결과를 재차 시연하며 시중 판매 제품들이 전자파 안전기준을 충족한다는 과기부의 전날 발표를 반박했다.
이날 센터가 측정 과정을 시연한 손 선풍기 5개 제품의 전자파 방출량은 선풍기와 측정 장치를 밀착한 상황에서 최대 895.7mG(밀리가우스)에 이르렀다. 5개 중 4개 제품에서 200mG 이상의 전자파가 측정됐다.
전날 과기부에서는 같은 제품들을 두고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센터 측이 지난달 26일 휴대용 선풍기 10개 제품에서 최대 1289mG에 이르는 전자파가 측정됐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는 센터에서 측정한 10개 제품과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 10개를 추가로 조사해 ‘인체에 위험이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 센터는 과기부가 추가로 조사한 손 선풍기 5개 제품을 이날 측정 대상에 포함했다.
센터 측은 전날 과기부가 제기한 측정 장비의 성능 문제를 의식한 듯 학술용 측정 장비를 사용했다. 자체 보유 중인 시중가 10만원대의 측정 장비 외에 수백만원대의 학술 연구용 측정 장비를 동원한 것이다.
센터가 측정한 5개 제품의 전자파 방출량은 전날 과기부 조사에선 인체보호기준의 2.2~34.8%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 역시 발암 가능성이 생기는 4mG보다 수십 배는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센터와 과기부는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의 기준을 서로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센터는 3~4mG의 전자파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연구 결과를 참고해 주파수 대역 구분 없이 검출량이 4mG 이상인 제품은 안전하지 않다고 간주한다. 반면 과기부는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국제표준에 근거해 주파수 60㎐를 기준으로 833mG 이상이어야 인체에 유해하다고 판단한다.
최 소장은 “단순히 학술적인 논쟁이라면 서로 연구를 하고 논쟁해 봐도 좋겠지만, 이 문제는 수많은 국민과 취약계층의 건강이 달린 문제”라며 “어린이나 임산부, 노약자에게도 그저 833mG 이하이니 괜찮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인지 과기부가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또 목걸이형 선풍기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모터를 설치해 팬을 돌리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선풍기는 밀착 측정 시 대부분 기준치를 수십 배 초과하는 전자파가 검출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 소장은 “목걸이형 선풍기는 거리 유지가 불가능하니 사용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겠고, 손 선풍기는 25㎝ 이상 거리를 유지해서 사용해야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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