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방안을 두고 경찰 내 반발의 화살이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까지 향하고 있다. 앞서 김창룡 전 청장의 사퇴론이 불거졌던 것에 이어 후보자의 자진 사퇴까지 촉구하는 내부 글이 등장했다. 전국 경찰서장(총경급)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진 것을 계기로 경찰 조직 전체의 반발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경찰 내부망에는 24일 ‘윤희근 청장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류삼영 서장님의 대기발령 기사를 보았다”며 “국민을 위한 경찰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을 안고 휴일을 반납한 채 열띤 토론과 의견수렴 절차를 주도한 서장님의 입을 막으시겠다는거냐”고 적었다.
작성자는 그러면서 “이미 청장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경찰조직 전체를 통솔할 리더쉽에 이미 큰 흠결이 생겼다”며 “국민과 조직원들을 외면한 채 장관과 대통령만 바라보는 청장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고 윤 후보자를 직격했다.
류 총경에 대한 징계뿐 아니라 전국 서장회의 참석자 전원에 대한 내부 감찰이 시작됐다는 점이 알려지자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전국 서장회의에 참석했던 A총경은 내부망에 “경찰의 중립성 독립성 확보 회의에 참석했음을 신고한다”며 “그러니 (감찰을 위한) 명단을 파악할 필요가 없다”고 남겼다. 경찰청은 전날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한 총경 50여명에 감찰에 착수했는데, ‘해산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특히 이번 반발은 민감한 ‘인사’ 문제를 건드리면서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안 역시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빌미로 경찰 조직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이에 반발하는 간부들에게 실제 인사 조치가 내려지자 “우려로 그치지 않고 현실화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총경급 인사는 “행안부와 경찰청이 인사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을 보면서 대다수 경찰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윤 후보자가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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