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계속 늘어놨다. 서방을 탓하는 등 두 국가의 ‘반미 연대’ 강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먼저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며 러시아를 옹호했다. 또 “전쟁은 (러시아의) 반대편이 시작했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위험한 집단”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서방에 대한 비난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 크림반도에서 유사한 전쟁이 훗날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지난 2014년 강제 병합한 곳이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또 “이란과 러시아는 서방의 속임수를 늘 경계해야 하고 양국은 장기간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라며 돈독함을 다졌다. 이어 “세계 각국은 무역에 있어서 미국 달러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의 책임을 서방으로 돌리고 미국과 서방 제재 대상국에 포함된 러시아와 ‘반미 연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튀르키예(터키)와 이란, 3자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중동 순방이 마무리된 직후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 것이기도 해 맞대결 성격도 짙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이 해외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만나고 “이란과 러시아는 테러에 대항한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에 안보를 위해 협력했다”며 “우리는 독립 국가인 양국의 관계가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에너지와 무역, 교통 그리고 지역 현안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두 국가 간 400억 달러(52조3000억원)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투자 관련 협약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도 별도로 정상회담을 하고 시리아 내전과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시리아는 10년 넘게 내전을 겪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으며, 튀르키예는 시리아 서북부를 기반으로 한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이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사태 후 지정학적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란은 미국과 그의 중동 동맹국과의 대결을 위해 러시아의 지원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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