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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폭증, 친환경차 전환 발목 잡나

전기차 10만대당 화재 발생 건수 25.1대
내연기관차(1526.9대)의 1.6% 수준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폐차장에 있던 테슬라 모델S에서 불에 타고 있는 모습. 미국 세크라멘토 메트로폴리탄 소방국 페이스북 영상 캡처

지난 4일 전기차 아이오닉5가 톨게이트 충격흡수대를 들이받고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탑승자들은 불타는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고 화재 진화에만 무려 7시간이 걸렸다. 이어 24일 미국 폐차장에 있던 테슬라 모델S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도저히 불길이 잡히지 않자 소방관들은 커다란 물구덩이를 만들어 차량을 빠트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잇따르는 전기차 화재가 빠르게 진행하던 친환경차 전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등록한 전기차는 2017년 2만5108대에서 지난해 23만1443대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기차가 도로에 많이 깔리면서 사고도 늘었다. 30일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사고는 2017년 1건,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으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23건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전기차 화재가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는 거다. 전기차는 불을 끄는 데만 통상 7시간 이상 걸린다. 화재 진압에 필요한 소화수도 내연기관차보다 100배 이상 많이 필요하다. 지난해 4월 미국 텍사스주 테슬라 모델S 화재 당시에는 물 10만6000ℓ를 쏟아 부은 뒤에야 불을 끌 수 있었다. 일반 가정에서 약 2년 동안 쓸 물의 양이다. 소방관 사이에서는 전기차 화재가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원인은 전기차에 장착한 리튬이온 배터리다. 전기차 하부에는 손가락만한 원통형 혹은 파우치형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많게는 수천 개까지 겹겹이 쌓여있다. 김태년 미래모빌리티연구소 소장은 “리튬은 화학적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 충격이나 열 등으로 배터리셀의 음극과 양극을 분리하는 분리막이 찢어지면 순식간에 배터리 온도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배터리팩이 손상되면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800도까지 치솟으며 불이 번지는 ‘열폭주’가 발생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배터리가 충격을 받아 손상되면 전기차에 장착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소프트웨어(배터리 온도가 높아지지 않게 관리하는 역할)도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는 취지의 글이 수두룩하게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화재 발생 확률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현저히 낮다. 미국 보험서비스 업체 오토인슈어런스EZ(Auto insurance EZ)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와 교통통계국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기차 10만대당 화재 발생 건수는 25.1대로 나타났다. 내연기관차(1526.9대)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학계와 업계에선 리튬이온 배터리에 특수 소화제를 끼워 넣어 화재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적기 때문에 사고가 부각되는 측면이 있는데 과도한 불안감이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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