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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낙태권 폐기… ‘헌법불합치’ 후 3년, 국내 현주소는?

입력 : 2022-06-27 05:09/수정 : 2022-06-27 08:30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보장 판례 폐기 결정 다음 날인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대법원 앞에서 낙태 반대 시위대(왼쪽)가 낙태 옹호론자들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전날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지난 1973년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하면서 국내의 관련 입법 추진 현황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헌법재판소(헌재)는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를 전면 금지한 처벌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헌재는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국회에 2020년 말까지 관련 법 개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논의는 지지부진한 채 3년 넘게 입법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야는 입법 시한인 2020년 말이 가까워져 오면서 관련 입법을 서두른 적이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하는 안을, 박주민 의원은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해주는 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낙태 허용 기간을 10주로 제안하는 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정부안 등을 포함해 현재 6건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 등 유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2020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채로 관련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낙태죄 폐지 논의는 아직 답보 상태다.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여야와 여성계, 종교계, 의료계 등 각 사회 분야에서 첨예하게 엇갈리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회 입법은 앞으로도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용을 살펴보면 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낙태죄 전면 폐지’ 또는 ‘임신 중절 허용 기간 대폭 완화’에 무게가 실려 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확대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 개정안은 이와 거리가 있다. 국민의힘 조해진·서정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각각 6주, 10주의 기간을 정해 임신 중절을 인정하고 이후엔 임신부의 건강상에 현저한 침해가 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임신 중절을 인정한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 처벌조항은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사라진 상태다. 1년 반 넘도록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 균형을 잡을 법적 기준점은 정해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 지난해 4·7 재보선과 올해 대선 등 연이은 선거 국면에 집중하면서 정작 사회 각계 분야의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는 입법 논의는 뒤로 제쳐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의원들과 일부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원 구성이 완료되면 입법 개정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부정한 ‘역사 퇴행적 비극’”이라며 “이번 판결을 이용해 여성 인권을 후퇴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관련 법 개정이 여전히 되지 않고 있다”며 “국회가 ‘낙태권’ 보장을 위한 빠른 입법으로 헌법불합치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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