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력발전기 날개와 모터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에 대해 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환경당국 결정이 나왔다. 주파수 100헤르츠(Hz) 이하에 해당하는 저주파 소음 피해를 인정한 첫 번째 배상 결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저주파 소음으로 인한 피해 배상 요구가 잇따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중조위)는 전남 영광군 주민 163명이 인근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으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배상을 요구한 사건에 대해 총 1억380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영광군의 A마을과 B마을 인근에는 2017년부터 풍력발전기 35기가 들어섰다. 시운전이 시작된 2018년 9월부터 저주파 소음 민원이 늘기 시작했다. 2019년 1월 풍력발전기가 본격 가동되자 소음 민원은 폭증했다. 2020년 11월, 결국 두 마을의 주민 163명은 소음 피해를 호소하며 풍력발전기 운영사를 상대로 총 2억4450만원의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저주파 소음은 일정한 속력으로 회전하는 모터류나 기계류에서 잘 발생한다. 풍력발전기의 경우 모터에서뿐만 아니라 날개가 바람을 가르며 발생하는 소리에도 저주파 소음이 발생한다. 중조위가 35기의 풍력발전기가 모두 가동되는 상황에서 저주파 소음을 실측한 결과 A·B마을 모두 소음 데시벨(db)이 수인한도를 넘어섰다. 환경분쟁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정해둔 환경피해 인정기준을 넘긴 것이다.
특히 기준 주파수 80Hz에서 측정된 저주파 소음은 최대 85~87dB(Z)로, 수인한도인 45dB(Z)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이와 함께 발전기 운영사가 ‘주거지역에서 1.5㎞ 이상 최대한 이격해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을 무시하고 마을에서 300~500m 떨어진 곳에 일부 발전기를 건설한 점도 배상 결정에 영향을 줬다. 다만 중조위는 운영사가 주민들에게 지역발전기금을 지급한 점을 고려해 배상액에서 40~50%를 감액했다.
이 사건은 중조위에 최초로 접수된 저주파 소음 피해 안건이자 유일한 사례다. 중조위에 재정 신청이 들어온 당시에는 저주파 소음 피해 배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중조위가 조정 절차를 한 차례 연장하기도 했다. 저주파 소음 피해 배상액 산정 기준은 지난 3월 ‘환경분쟁사건 배상액 산정 기준’이 개정되면서 신설됐고, 이번 조정 사례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공사가 끝나면 해결되는 공사장 소음과 달리 풍력발전기 관련 소음은 문제의 시설이 사라지거나 별도의 방음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소음 피해가 지속 될 수밖에 없다. 중조위 관계자는 “같은 지역 같은 소음 피해에 대해서 향후에 또 다시 조정 신청이 접수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는 이 사건 외에 저주파 소음 조정 신청이 전무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비슷한 사례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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