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고생 강제추행 혐의로 유죄 확정 전력이 있는 전직 교사가 제주도에서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를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은 성범죄자의 취업 제한 업종을 두고 있는데, 여기에 여성전용시설은 제외돼 있다. 일종의 사각지대가 있는 것이다.
제주도의 한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투숙객들은 시설 관리자인 A씨가 과거 학교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에 연루돼 처벌받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A씨 본인이 제주로 내려오게 된 사연을 얘기하면서 억울함을 토로했었는데, 숙박 이후 그가 실제 징역형까지 선고됐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여성전용 시설이라 안심하고 머물렀던 투숙객들은 관리인의 성범죄 전과 사실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한 투숙객은 5일 “숙소에서 샤워할 때 ‘고양이가 화장실에서 안 나가 불편하다’고 말했더니, A씨가 ‘내가 그 고양이 눈에 CCTV를 넣어놨다. 나중에 혼자 있을 때 꺼내 볼 거다’고 응수했다”며 “당시는 농담이겠거니 했지만, 숙소에 진짜 불법촬영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A씨는 2018년 수도권의 한 여고에서 스쿨미투 가해교사로 지목됐다. 학생들이 A씨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고 A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 선고됐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으로의 취업제한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그는 다니던 학교에서도 해임됐다.
이후 A씨는 제주로 이사해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에서 투숙객 관리를 하며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A씨처럼 성범죄 전과자의 여성전용시설 취업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취업제한 기관에 여성전용시설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해당 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것도 아닌데 과거 전력을 문제 삼는 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쓰레기를 치우고 손님을 안내하는 등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본인 소유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다가 옆집 주인에게도 운영을 제안했고, 현재 그 숙소를 관리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A씨는 스쿨미투 사건과 관련해서도 “전혀 (범행을 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피해자 진술이 일관됐다는 이유만으로 유죄 판결이 났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취업제한 업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취업제한 기관이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 규제를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폭넓게 취업제한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이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여성전용공간처럼 관리자가 마스터키를 갖고 있을 경우 범죄가 우려되는 업종에 대해서는 해당 업종을 (제한 기관에) 포함하는 입법적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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