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를 ‘마진콜 사태’로 뒤흔들어놨던 한국계 미국인 투자가 빌 황(한국명 황성국)이 미국 연방 검찰에 기소됐다.
미국 뉴욕남부지검은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인 황씨와 패트릭 핼리건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를 27일(현지시간)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아케고스 캐피털은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와 차액거래(CFD) 계약으로 보유자산의 5배가 넘는 500억 달러(63조원) 상당을 주식에 투자했다. 그런데 아케고스가 자금을 빌려 투자한 주식이 폭락하자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마진콜’ 상황이 일어났다.
골드만삭스 등은 담보로 잡은 주식을 블록딜로 처분하며 손해를 최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더 떨어지자 다른 금융회사들은 여파에 휘말려 손실을 보게 됐다.
검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황씨 등이 금융회사들을 속이고 거액을 차입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한때 아케고스의 레버리지 비율은 1000%까지 갔다고 설명했다. 또 아케고스의 차입 과정은 일반적인 사업이나 복잡한 투자기법으로 볼 수 없는 사기라고 강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법원이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이면 황씨 등은 최고 20년 형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법원에서 황씨는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황씨 측 변호사는 성명에서 “의뢰인은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다”며 “또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의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은 황씨에게 보석을 허가하고 보석 보증금 1억 달러(1260억원)를 책정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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