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가 살인 사건에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말을 할 수 없는 피해자를 대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무기징역이 확정된 ‘김태현 살인 사건’을 맡았던 한 검사의 말이다. 만약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시행된 뒤 사건의 수사·기소가 이뤄졌다면 어땠을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검수완박 이후 예상되는 부작용을 나열하지 않았다. 그저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수사에 임했는지를 설명했다. 김태현 사건 주임검사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날 유족에게 ‘사형 구형과 결과가 달라 죄송하다’고 전했다고 한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노원구 세 모녀의 유족이 주임검사에게 보낸 자필 편지의 마지막 문장이다. 김씨의 무기징역형으로 피해자들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렸을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생전 그들과 친자매처럼 지냈다는 유족은 억울함을 덜었다고 한다. 김씨의 형 확정 이튿날 발송된 유족들의 편지는 이후의 검수완박 입법 움직임과는 무관하게 쓰인, 수사 검사에 대한 감사 인사일 뿐이다. 지금 정치권은 검찰 수사권 폐지를 외치지만, 역설적이게도 국민의 공분을 산 살인 사건의 유족은 ‘검찰 수사에서 위로와 희망을 얻었다’고 했다.
검수완박 정국에서 힘 있는 자들은 저마다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국회의원과 검찰이 그랬고, 때로는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도 말을 얹었다. 거대 여당은 이달 안에 70년 형사 사법 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 하고, 곧 여당이 될 야당은 그 법안의 중재안에 합의했다. 검찰은 지휘부의 전원 사의 표명으로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억울한 사건에 휘말려 일상이 무너진 이들의 목소리는 과연 반영됐을까. 지금도 누군가는 온 힘을 기울여 수사하고 있을, 억울한 죽음을 당한 피해자들의 사건은 법안이 통과된 뒤에는 어떤 식으로 처리될까.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힘 없고 빽 없는 국민들이 입는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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