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이모(63)씨는 지난 17일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 있는 80대 노모를 유리창 너머로 만났다. 10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모자가 얼굴을 직접 마주한 것 자체가 석 달 만이었다. 오미크론 변이가 휩쓴 지난 1월 이후에는 유리창 면회조차 중단됐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아들을 보자마자 손을 뻗어 유리창에 갖다 대고는 “아픈 곳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씨도 손을 뻗어 유리창 너머 어머니의 손에 가져다 댔다. 온기를 느끼려 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화과자와 두유를 건넸으나 먹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병원 측은 감염 우려로 소독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20일 “직접 어머니 손을 만질 순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얼굴을 뵐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조만간 대면 면회가 재개되면 큰절을 한 번 올린 뒤 어머니 손을 꼭 잡고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면서도 당분간 요양시설 대면·접촉 면회는 제한키로 했다. 전체 확진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대신 요양시설에선 거리두기 해제 시점에 맞춰 비접촉 면회부터 차츰 허용하고 있다.
울산에 거주하는 성모(59)씨도 지난 주말 치매 초기인 아버지와 6개월 만에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상봉했다. 비접촉 면회가 일시적으로 허용됐던 지난해 12월~지난 1월에는 성씨 가족이 잇따라 확진이 되면서 찾아갈 수 없었다.
간병인을 통해 부친 상태을 간접적으로 살폈지만, 중국인 간병인과의 소통이 여의치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걸려오는 영상통화가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휴대전화 화면 속 아버지의 기력은 갈수록 약해지는 듯 했다. 성씨는 “아버지가 날 알아보면 ‘아직은 괜찮구나’라고 생각하며 위안 삼았다”며 “기억이 흐릿한 모습을 본 날에는 뜬눈으로 밤을 보낸 적도 있다”고 했다.
반년 만에 직접 모습을 확인한 아버지는 유리창 너머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먼 길 오지 않아도 괜찮다”며 미안해 하는 딸을 오히려 다독였다. 그러면서도 정해진 10분이 지나 딸이 떠날 채비를 하자 “이제 가면 또 언제 또 만날 수 있겠냐”며 아쉬워했다. 성씨는 “손도 잡아보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만나니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말했다.
유리창 면회 재개 소식에 요양시설 입소 환자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고 한다. 그동안 요양병원 코호트격리(동일집단격리) 여파로 환자들은 외출조차 금지된 상태였다. 한 요양보호사는 “올해 들어 면회, 산책 등이 완전히 차단돼 어르신들이 힘들어했다”며 “입버릇처럼 ‘외롭다’고 말하던 분도 최근에는 ‘아들이 다음 주에 오기로 했다’며 들떠 있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구체적인 시점을 정하지 않은 채 전반적인 유행 상황을 보면서 요양병원 면회 등 일상 회복 시기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민지 성윤수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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