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가 20일 100일을 맞는다. 그동안 책임자 처벌은 차례로 이뤄지고 있으나 건물 철거·피해보상 등은 제자리를 맴돌아 입주 예정자·주변 상인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광주지검은 최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책임자 11명, 법인 3곳을 기소하고 4명은 추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붕괴참사와 관련,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현산) 직원 등 11명과 법인 3곳을 기소해 재판절차에 들어갔다.
검찰은 부실공사로 6명의 근로자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주택법 위반, 건축법 위반)로 현장소장 등 현산 직원 3명과 하청업체 직원 2명, 감리 1명 등 6명을 구속기소 했다.
같은 혐의로 현산 직원 2명, 하청업체 직원 1명, 감리 2명 등 5명은 불구속기소 했다. 시공사 현산, 하청업체 가현건설산업, 감리를 맡은 건축사사무소 광장 등 법인 3곳도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앞서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와 고용노동부는 15명의 피의자와 법인 4곳을 업무상과실치사·치상 등의 혐의로 검찰로 송치한 바 있다.
화정아이파크 현장의 안전 관리 책임자인 이들은 201동 하부층 동바리(지지대)를 설치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거나 공법변경과 콘크리트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다.
붕괴참사 원인과 책임자 규명을 위한 수사를 마무리한 경찰은 재하도급과 차명 부지 매입, 공무원 인허가 등 현산 본사와 지자체 등의 구조적 비위를 겨냥한 수사를 광범위하게 벌이고 있다.
경찰은 재하도급 과정의 금품수수, 관할 서구청 민원처리·인허가 적정성, 등기를 하지 않은 토지 거래(미등기 전매) 등의 비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이 민원 업무 과정에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서구청 공무원 1명을 입건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찰은 이와 함께 신축현장 인력을 부족하게 배치하거나 다른 업무를 겸직하도록 해 시공과 품질관리의 부실을 불러온 현산 본사의 책임도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은 수사과정에서 이번 붕괴사고가 원청·하청·감리 업체가 기본을 지키지 않아 유발된 인재(人災)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중간 수사발표 등에서 수차례 발표했다.
검·경의 수사가 비교적 원활한데 비해 철거 등 사후조치와 보상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시공사 현산과 서구, 피해 상가 대책위, 예비 입주자 등은 잔존 건물 안전진단 시행, 철거 시기 등을 놓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당장 화정아이파크 잔존 건물의 철거범위와 구체적 처리방안을 결정하기 위한 안전진단부터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오는 11월 말 이사를 고대하던 입주 예정자 등은 붕괴참사 직후 신축 중인 아파트에 동일공법을 사용한 이유를 들어 ‘신속한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서구는 절차상 정밀안전 진단 등 근거가 마련돼야 철거범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화정아이파크 철거는주택법상 광주시장이 승인권자이지만, 시 사무위임조례에 따라 1,2단지로 나뉜 붕괴참사 현장은 ‘600가구 미만 주택 건설사업 계획’에 해당돼 서구가 승인권을 갖고 있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해 생사의 기로에 선 현산은 여론추이를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 1월 붕괴 사고 직후 안전점검을 전제로 완전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고 이해 관계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산은 붕괴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19일 광주 서구청에서 입주 예정자 847세대의 의견을 듣고 조속한 사태 수습을 하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도 이날 서구청과 사고현장을 찾아 피해자들의 불만과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인수위 위원들은 현산 담당 임원 등이 참석한 현장점검과 함께 사고현장을 둘러봤다.
현산 지난해 6월 광주 학동에서 발생한 철거건물 붕괴로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에 이어 화정아이파크 사고로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처분을 서울시에서 사전 통보받은 상태다.
행정처분에 대한 장기적인 소송전이 예상되고 있다.
보상절차는 100일이 되도록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붕괴참사로 숨진 근로자 6명의 민형사상 합의, 산업재해 보상만 합의됐을뿐이다.
아무런 기약없이 ‘내집 마련’을 위해 분양받은 아파트의 입주는 물론 권리행사를 못하게 된 입주 예정자와 직접적 피해 당사자인 인근 상인들에 대한 보상협의는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현산은 상인들에게 “사고 시점 직후부터 받은 피해를 증빙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전해졌다.
광주시는 서구·현산이 진행 중인 피해보상 액수 접수절차 이후 용역계약을 맺은 손해사정사가 피해 상인, 입주 예정자 등과 면담을 거쳐 정확한 손해액을 산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서는 신축 중이던 39층짜리 201동 23∼38층 일부가 연쇄 붕괴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고현장에서는 2개월로 예상되는 안정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상층부가 무너진 201동 건물의 동쪽 기둥과 남쪽 외벽을 철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산이 신뢰 회복을 위해 화정아이파크 건물 철거와 보상 협의 등 사태 수습에 전향적으로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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