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기 전에 찰칵~시민들이 알려준 ‘인생 사진’ 찍는 법

Է:2022-04-13 06:00
:2022-04-13 06:00
ϱ
ũ

12일 윤중로 벚꽃길서 꽃놀이하는 시민들에게
‘사진 똥손’ 인턴기자가 추억 남기는 법 물었다
“벚꽃 지고나서 다른 꽃 맞이하는 것도 좋아요”

많은 시민들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윤중로 벚꽃길에서 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찬규 인턴기자

역시 우리는 ‘꽃의 민족’이었다. 삼짇날(음력 3월 3일) 꽃구경을 하며 꽃잎으로 전을 부쳐 먹던 우리 조상의 DNA를 지난 주말 여의도 등 전국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막혔던 꽃길이 3년 만에 개방돼 수많은 인파가 몰린 것이다.

얼마만의 꽃길인가. 그런데 사진을 잘 못 찍어서 남에게 촬영을 부탁하거나,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에 대신 저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소 사진을 자주 찍어보지 않아 잘 못 찍는 ‘똥손 인증’ 국민일보 인턴기자가 딱 그렇다. 어떻게 하면 봄 냄새 물씬 풍기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올봄의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을지 서울 영등포 윤중로에서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봤다.

사진은 수많은 시도와 기술로 태어난다

서울 윤중로에 있는 벚꽃길에 12일 오후 들어서니 왕벚나무 가지가 손 인사를 하듯 살랑살랑 흔들렸다. 향긋한 꽃냄새도 은은하게 퍼지며 기자를 반겼다. 날씨가 조금 흐렸지만, 시민들은 눈처럼 흩날리는 연분홍 벚꽃잎 사이로 즐거운 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만개한 벚꽃을 촬영하기 위해 발꿈치를 한껏 들어 올린 중년 남성을 만나봤다. 아내와 함께 온 김종수(64)씨다. 김씨에게 사진 찍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 부탁했다.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느낌으로 찍는 거죠. 좋은 사진 나올 때까지 여러 번 시도하면 됩니다.”

벚꽃을 찍고 있는 한 중년 남성. 이찬규 인턴기자

김씨의 조언대로 수차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여기에 더해 취재에 앞서 확인한 노하우를 동원했다. 카메라 노출을 높인 것인데, 이를 활용하면 밝은색의 꽃잎을 보다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다고 한다. 덕분에 A컷도 많이 건졌지만 ‘이게 뭐지’ 싶은 사진들도 꽤 많았다.

노출을 조절하고 찍은 개나리. 이찬규 인턴기자

더 좋은 사진을 위해 세심한 조언이 필요했다. 이번에는 대포와 같이 큰 카메라를 이고 다니며 봄꽃을 찍는 이수철(63)씨에게 말을 걸었다. 사진찍기가 취미라는 이씨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주 사진을 찍지는 않지만 같은 카메라 아니냐며 기자에게 꿀팁을 전수했다.

첫째, 몸을 아끼지 말 것. 쉽게 말해 다리도 굽히고 허리도 숙이며, 좋은 각도를 찾아보라는 말이었다. 같은 대상이라도 찍는 각도에 따라 사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이씨는 아웃포커싱을 활용해 특정 대상에 집중해볼 것을 권했다.

아웃포커싱으로 찍은 벚꽃. 이찬규 인턴기자

하나하나 정성을 다하며 꽃을 담아내다 보니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꽃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고 향긋한 꽃 내음 나는 꽃 거리를 찍을 수 있었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아웃포커싱해서 찍은 박태기나무 꽃. 이찬규 인턴기자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경쟁하듯 봄꽃들은 윤중로 이곳저곳에 활짝 피어있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윤중로에는 꽃만 피어있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오랜만에 봄꽃을 만나서인지, 시민들의 웃음이 곳곳에 피어있었다.

붉게 만개한 산당화(명자나무). 이찬규 인턴기자

황재혁(59)·김순지(57)씨 부부는 김씨의 생일을 맞아 운영하는 가게 문을 닫고 여의도를 방문했다. “가게 일이 바빠 자주 꽃구경을 가지 못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찍은 사진이니 더욱 예쁘네요.”

저 멀리 젊은 커플도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가 짧은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행히 25살 동갑내기 커플 최모·이모씨가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줬다.

이번 주 비 소식에 벚꽃을 보러 왔다는 이씨는 “예쁜 꽃과 함께 둘이 잘 나오게 촬영해요. 하지만 잘 찍는 비결은 없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두 커플과 만나고 나니, 커플 사진의 꿀팁은 아마 ‘사랑’이지 않을까 싶었다.

커플들이 12일 여의도 윤중로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이찬규 인턴기자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따사로운 햇살이 비췄다. 햇살 사이로 연분홍 벚꽃 잎이 떨어지니 황홀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사진으로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움과 그 순간의 역동성을 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점심시간 짬을 내고 나온 김희연(35)씨도 흩날리는 벚꽃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영상을 활용하세요. 슬로모션 모드로 촬영해도 멋있어요.”

슬로우모션으로 찍은 흩날리는 벚꽃잎. 이찬규 인턴기자

김씨의 조언대로 슬로모션 모드로 변경했다. 따스한 봄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벚꽃 잎이 생생하게 담겼다. 노래 벚꽃엔딩이 생각나는 사진이었다.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을 받다 보니 어느새 윤중로를 한 바퀴 다 돌았다. 윤중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따스한 봄과 각자의 추억을 마음속에 저장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셀카봉이나 삼각대 등 도구를 이용했고, 또 다른 이는 꽃잎을 휘날리거나 다양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윤중로를 떠나며 맨 처음 김종수씨를 만난 곳을 지나치다 보니 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 멋있지만, 한편으로는 벚꽃이 져서 아쉬워요. 그래도 앞으로 피어날 여름꽃, 가을꽃을 기대하면 되잖아요.”

김씨의 말처럼 벚꽃이 지더라도 늦은 봄, 그리고 여름과 가을을 반길 꽃들은 많다. 그전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인생 최고 장면을 찍어보려고 연습해보는 건 어떨까. 벚꽃이 지더라도 우리의 꽃 사랑은 여전하니 말이다.

이찬규 인턴기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