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알루미늄 대기업인 ‘루살’이 러시아 기업 중 처음으로 자국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냈다.
루살은 6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에 네덜란드 출신 베르나르트 조네벨트 회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부차에서 보도된 일로 충격을 받았다. 이 범죄가 철저히 조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죄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지지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루살은 이어 “범죄에 책임 있는 자들이 적절히 처벌받기를 바란다”며 “생명과 가족, 도시 전체를 파괴하는 이 동족상잔의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이 분쟁의 조속한 평화 해결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성명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주체나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루살은 본사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고 국제사회에서 러시아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루살은 홈페이지의 기업 연혁 코너에서도 자사가 러시아와 소련의 알루미늄 산업을 계승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다만 루살은 이번 성명에서 자사를 우크라이나 등 20여개 국가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으로 소개했다. 홍콩증시에도 상장된 루살은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 9％가량을 차지 알리미늄 생산 기업 중 세계 2위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기업이 우크라이나 전쟁범죄를 비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루살이 부차의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와 전쟁의 조기종식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첫 러시아 회사라고 평가했다.
루살이 이같은 행보를 보인 것은 서방 제재로 인한 타격을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루살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대러 제재로 타격이 가장 극심한 러시아 기업에 속한다고 FT는 전했다.
지난달 20일 호주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알루미늄 원료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히면서 원료 조달이 심각한 타격을 받기도 했다. 루살은 알루미늄 주원료인 알루미나 수요의 20％가량을 호주에 의존하고 있었다. 또 전쟁의 여파로 지난달 루살의 2대 제련소에 속하는 우크라이나 남부 니콜라예프의 알루미나 제련소 가동을 중단했다.
루살은 지난달 30일에는 서방의 대러 제재로 인해 장비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사의 투자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수익성도 타격받을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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