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패륜아 영상 속 피해 노인, 제 아버지였다”

Է:2022-03-30 06:14
:2022-03-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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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유튜브 'C ry' 채널에 '1호선 패륜아'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 왼쪽 가슴에 보디캠을 착용한 후드티 차림의 젊은 남성이 지하철 좌석에 앉은 노인을 향해 막말과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영상에 담겼다. 유튜브 캡처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젊은 남성이 노인에게 폭언하는 영상이 올라와 공분을 사는 가운데 피해자의 아들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해자를 찾고 싶다는 글을 올려 이목을 끌고 있다.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손이 떨리더군요 저의 아버지임을 알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50대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오늘 점심식사 중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켰고 메인 화면에서 ‘1호선 패륜아’라는 영상을 무심코 봤다”며 “유난히 해당 영상이 눈에 띄어 클릭했다. 영상을 보고 심장이 벌렁거렸고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에 보이는 어르신이 제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설마하면서 두 번, 세 번, 다섯 번 더 돌려봤다”며 “순간 손이 부르르 떨려왔다. 지하철 라인이나 가지고 계신 휴대폰과 외모, 목소리가 곧 80살이 되는 저의 아버지가 확실했다”고 했다.

A씨가 언급한 영상은 지난 16일 유튜브에 ‘1호선 역대급 패륜 빌런 탄생’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것이다. 이 영상에서 한 젊은 남성은 자리에 앉은 노인을 향해 “인간 같지 않은 XX야. 직장도 없지?”라며 난데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또 “돈도 없어서 그 나이 먹고 차도 하나 없어서 지하철 타고 다니냐?”며 “잘하네. 아주 X팔려. 나 같으면 죽었어. 왜 살아? 나이도 XX 많은 것 같은데”라고 폭언을 쏟아냈다.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이 남성은 왼쪽 가슴에 보디캠을 단 채 이처럼 소란을 피웠다. 이 영상을 올린 누리꾼은 지난 16일 오후 5시40분쯤 수원행 1호선 성균관대역에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영상을 올린 누리꾼은 “가슴에 액션캠(보디캠)을 달고 있는 한 남성이 갑자기 나타나 주변 사람들에게 시비 걸고 다녔다”며 “몇 분간 지속하면서 멈출 생각을 하지 않자 어르신이 그러지 마시라고 하면서 좋게 말했다”고 전했다. 젊은 남성이 노인에게 폭언을 시작한 건 이후의 상황이다. 당시 노인은 “알겠습니다” “미안합니다”라며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자제했다.

이 영상을 봤던 A씨는 “숨을 고르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조심스레 여쭤봤다”며 “안 좋은 일을 당하셨을 걸 생각하니 눈물이 났지만 그런 일이 있으셨는지 눈물을 꾹 참고 여쭤봤다”고 했다.

그러자 A씨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하다 결국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A씨는 “평소에 감기도 잘 안 걸리시는 건강한 분인데 그날 이후 열흘간 몸살로 앓아누웠다”고 전했다.

A씨는 해당 남성을 찾고 싶다며 정보를 제공한 사람에게 사례하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폭력이나 물질적인 피해를 본 게 아니고, 이미 영상이 퍼진 만큼 따로 응징할 필요가 없으니 훌훌 털어버리라고 하지만 솔직히 잘 털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욕죄로 경찰에 신고하는 게 가능할지 여부에 대한 의견도 구했다. 그는 다만 “아버지께서 한사코 (신고)하지 말라고 강력히 요청한다”며 “그놈이 사과를 하고 갔다고 하는데 사과한 영상은 찾아볼 수 없다. 모욕죄로 신고한다고 해도 단순 모욕 사건을 경찰이 해결해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A씨 아버지가 겪은 일에 공분했다. 여러 누리꾼은 “저 같아도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다” “우리 아버지가 저런 일을 당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패륜 콘셉트 유튜버가 아닌지 의심된다. 세상이 미쳐가는 것 같다”는 등의 분노 섞인 반응을 보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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