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젊은 남성이 노인에게 폭언하는 영상이 올라와 공분을 사는 가운데 피해자의 아들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해자를 찾고 싶다는 글을 올려 이목을 끌고 있다.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손이 떨리더군요 저의 아버지임을 알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50대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오늘 점심식사 중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켰고 메인 화면에서 ‘1호선 패륜아’라는 영상을 무심코 봤다”며 “유난히 해당 영상이 눈에 띄어 클릭했다. 영상을 보고 심장이 벌렁거렸고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에 보이는 어르신이 제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설마하면서 두 번, 세 번, 다섯 번 더 돌려봤다”며 “순간 손이 부르르 떨려왔다. 지하철 라인이나 가지고 계신 휴대폰과 외모, 목소리가 곧 80살이 되는 저의 아버지가 확실했다”고 했다.
A씨가 언급한 영상은 지난 16일 유튜브에 ‘1호선 역대급 패륜 빌런 탄생’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것이다. 이 영상에서 한 젊은 남성은 자리에 앉은 노인을 향해 “인간 같지 않은 XX야. 직장도 없지?”라며 난데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또 “돈도 없어서 그 나이 먹고 차도 하나 없어서 지하철 타고 다니냐?”며 “잘하네. 아주 X팔려. 나 같으면 죽었어. 왜 살아? 나이도 XX 많은 것 같은데”라고 폭언을 쏟아냈다.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이 남성은 왼쪽 가슴에 보디캠을 단 채 이처럼 소란을 피웠다. 이 영상을 올린 누리꾼은 지난 16일 오후 5시40분쯤 수원행 1호선 성균관대역에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영상을 올린 누리꾼은 “가슴에 액션캠(보디캠)을 달고 있는 한 남성이 갑자기 나타나 주변 사람들에게 시비 걸고 다녔다”며 “몇 분간 지속하면서 멈출 생각을 하지 않자 어르신이 그러지 마시라고 하면서 좋게 말했다”고 전했다. 젊은 남성이 노인에게 폭언을 시작한 건 이후의 상황이다. 당시 노인은 “알겠습니다” “미안합니다”라며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자제했다.
이 영상을 봤던 A씨는 “숨을 고르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조심스레 여쭤봤다”며 “안 좋은 일을 당하셨을 걸 생각하니 눈물이 났지만 그런 일이 있으셨는지 눈물을 꾹 참고 여쭤봤다”고 했다.
그러자 A씨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하다 결국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A씨는 “평소에 감기도 잘 안 걸리시는 건강한 분인데 그날 이후 열흘간 몸살로 앓아누웠다”고 전했다.
A씨는 해당 남성을 찾고 싶다며 정보를 제공한 사람에게 사례하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폭력이나 물질적인 피해를 본 게 아니고, 이미 영상이 퍼진 만큼 따로 응징할 필요가 없으니 훌훌 털어버리라고 하지만 솔직히 잘 털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욕죄로 경찰에 신고하는 게 가능할지 여부에 대한 의견도 구했다. 그는 다만 “아버지께서 한사코 (신고)하지 말라고 강력히 요청한다”며 “그놈이 사과를 하고 갔다고 하는데 사과한 영상은 찾아볼 수 없다. 모욕죄로 신고한다고 해도 단순 모욕 사건을 경찰이 해결해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A씨 아버지가 겪은 일에 공분했다. 여러 누리꾼은 “저 같아도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다” “우리 아버지가 저런 일을 당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패륜 콘셉트 유튜버가 아닌지 의심된다. 세상이 미쳐가는 것 같다”는 등의 분노 섞인 반응을 보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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