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산에 설치된 정상 표지석이 연이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고의 훼손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경찰은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시작은 수락산이었다. 2월부터 불과 한 달 사이 수락산 주봉, 도정봉, 도솔봉의 정상석이 사라졌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25일 “도솔봉은 지난달 중순, 주봉은 13일 전후를 정상석이 사라진 날짜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상석은 시멘트로 고정돼 있어 누군가 고의로 훼손하지 않으면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정봉은 의정부시 관할로 주봉과 비슷한 시기에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13일 이전 수락산 주봉의 정상석 사진을 종합해 보면 훼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을 올린 게시자는 “정상석이 사라졌는데 처음에는 정상석이 받침대와 붙어져 있었다”며 “알고 보니 조금씩 밑 부분이 훼손되고 있었다”고 누군가 정상석을 도둑질했다고 주장했다.
수락산에서는 앞서 기차바위에 설치된 고정 로프 6개가 사라져 해당 구간의 출입이 금지됐다. 기차바위를 담당하는 의정부시는 고정 로프가 지난달 초에 훼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락산 다음은 바로 옆에 있는 불암산이었다. 지난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암산 애기봉 정상석도 없어졌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수락산 정상석들이 없어졌다는 뉴스를 보고 다음엔 불암산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을 했다”며 “불암산에 다녀왔는데 애기봉 정상석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석을 질질 끌고 가서 바위 밑으로 내팽개친 흔적이 남아있다”며 “등산객의 말을 들어보니 오늘 새벽에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멈추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사라진 정상석 3개가 있던 자리는 수락산 내 사유지다. 지자체가 공적으로 관할하는 곳이 아니라 원래 자리에 다시 정상석을 세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남양주시 관계자는 “(세 곳 중) 주봉은 수락산의 상징성을 가진다”며 “(사유지에 있지만) 공익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다시 설치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수락산의 정상석과 달리 불암산 애기봉의 정상석은 남양주시가 설치했다. 공공재산이 훼손된 상황이라 남양주시는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락산, 불암산 외 다른 산에도 경고 현수막을 설치해 도난을 방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차바위 고정 로프는 의정부시의 공공재산이다. 애기봉과 같은 사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의정부시는 기차바위 고정 로프에서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한 점을 고려해 재설치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22일까지 재설치 여부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을 마쳤으나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현재 수락산 기차바위 고정 로프 사건은 의정부경찰서가, 불암산 애기봉 정상석 사건은 남양주 북부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남양주 북부경찰서는 “두 사건이 유사점이 있다고 판단해 두 경찰서가 공조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찬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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