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무장지대(DMZ) 백마고지에서 사격 자세 그대로 수습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가 고(故) 조응성 하사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17일 지난해 10월 28일 강원도 철원에서 발굴된 유해와 관련해 백마고지 전사자 병적기록 등 자료조사를 거쳐 딸 조영자 씨를 찾아냈고, 유전자 분석으로 친자관계를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1928년 경북 의성 태생인 고인은 농사를 짓던 중 전쟁이 터지자 1952년 5월 제주도 제1훈련소로 입대했다.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남겨 둔 채였다. 9사단 30연대 소속이었던 그는 1952년 10월 백마고지에서 중공군의 대규모 공세에 방어작전을 펼치던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치열한 접전이 있었던 시기인 당시 국군이 군사적 요충지인 백마고지를 지키기 위해 중공군을 상대로 12차례의 공방전을 벌였다. 고지의 주인이 7차례나 바뀌는 등 대혈전을 치렀다는 기록도 있다. 백마고지에서 쓰러진 국군 사상자는 3400여명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중공군의 사상자는 1만3000여명이었다.
고인의 유해는 쏟아지는 포탄을 피해 개인호에 몸을 은폐한 채 적을 향해 총을 겨누는 자세 그대로 발굴됐다. 고인의 유해는 상반신만 수습됐는데, 탄약류를 비롯해 개인 소장품으로 추정되는 만년필, 반지, 숟가락 등의 유품도 함께 발굴됐다. 특히 철모와 머리뼈에서는 한눈에 봐도 전사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관통 흔적도 발견됐다.
딸 조영자 씨는 부친의 신원확인 소식에 “어느 날 아버지가 오징어를 사오셔서 맛있게 먹었는데, 우리에게 이별을 고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하신 것 같아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국방부는 고인을 위한 ‘호국 영웅 귀환 행사’를 이날 인천에 있는 유족 자택에서 열 예정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지난해 9월부터는 110일 동안 백마고지에서 총 37점(잠정 유해 22구)의 유해와 8000여 점의 전사자 유품을 발굴했다. 백마고지에서의 유해 발굴은 올해도 계속된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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