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선 공약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박 장관은 “윤 당선인은 (검사들)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관계”라며 “그런 상황에서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고 검찰 중립성이 담보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윤 당선인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대한 거대 야당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향후 관련 법안 개정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고된 셈이기도 하다.
박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수사지휘권이 가진 역사적·법적 의미는 그 자체로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입장 표명이) 늦어지면 혼란이 있을 수 있어서 말씀드린다”며 “수사지휘권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사법분야 공약을 발표하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수사지휘권이 장관을 통한 정권의 검찰 통제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취지였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재직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 등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추 전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선 윤 당선인 본인의 쓰린 경험이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0년 이상 유지돼 왔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제8조)는 조항이다. 지휘권이 실제로 발동된 것은 총 4번이다.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을 상대로 행사한 것이 처음이다. 당시 천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지휘권을 행사했고, 김 전 총장은 이를 수용하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후 3차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모두 문재인정부 들어 나왔다. 2020년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갈등 국면에서 2차례 발동했고, 박 장관도 지난해 3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 대한 모해위증 혐의와 관련해 지휘권을 행사했다. 당시 법조계에선 정치인 출신 장관의 지휘권 행사 남발로 검찰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 전 총장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2005년) 천 장관에게 ‘법 조항은 있지만 일본에선 1954년 단 한 차례 발동이 있었으며,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는 말을 했었다”며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없는 것이 옳거나 쓰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이 없어진다면 검찰 수사의 경과와 결과, 결정을 검증할 방법이 없어 공정성 시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지휘권 폐지는 정부가 검찰 수사에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표현인 셈”이라며 “다수당인 야당을 설득할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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