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른바 ‘스폰서 검사’로 불렸던 김형준(52) 전 부장검사를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과거 검찰의 무혐의 결론을 뒤집은 것이라 향후 재판에서 공수처의 수사 및 공소유지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기소는 지난해 1월 21일 출범한 공수처가 1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소권을 행사한 것이다. 1948년 검찰청법 제정 후 검찰 이외 기관에서 기소권을 발동한 것도 처음이다.
공수처는 11일 뇌물수수 혐의로 김 전 부장검사와 박모(52)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 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 2015∼2016년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위반 사건 처리와 관련해 1093만5000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박 변호사에게는 뇌물 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10월 박 변호사의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을 수사의뢰했고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배당됐다. 당시 김 전 부장검사는 합수단 단장으로 재직했는데 2016년 1월 인사이동으로 합수단을 떠났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인사이동 직전 소속 검사로 하여금 박 변호사를 조사하도록 했다. 이후 박 변호사로부터 2016년 3~4월 93만5000원 상당 향응 접대를 받고 2016년 7월 1000만원 상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변호사 사건은 2017년 4월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초 인사이동이 있었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부인해왔다. 하지만 공수처는 뇌물수수 등과 관련해 피고인들의 직무관련성 및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공수처의 판단은 앞서 검찰의 무혐의 결정을 일부 뒤집은 것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0월 스폰서 김모씨로부터 금품,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박 변호사 관련 사건도 검찰이 조사했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검찰이 기소한 스폰서 혐의와 관련해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하지만 스폰서 김씨가 2019년 12월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해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검찰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지난해 6월 공수처로 이첩했다.
검찰 기소독점 70여년 만에 깨져
공수처가 김 전 부장검사 사건을 기소하면서 검찰의 기소독점권이 70여년 만에 깨졌다. 향후 재판에서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유죄를 입증할 경우 공수처의 존재 의의를 부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기소된 혐의가 사실상 과거 검찰이 무혐의로 종결했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반면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될 경우 무리한 기소가 아니였느냐는 지적과 함께 수사 역량 부족 논란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1호 사건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공수처로서는 유죄 입증을 위한 공소 유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공수처 ‘대수술’을 예고하면서 “계속 정치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수처 제도에 대해 근본적 국민의 회의가 있다고 한다면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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