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려주세요.”
지난 7일 경기도 성남 수정구의 한 거리에서 갑자기 여성의 비명이 울려 퍼졌습니다. 여느 직장인이라면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낮 시간이었습니다. 난데없는 비명에 놀란 이명석(47·전기공사업)씨는 3층 사무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한 남성이 소리를 지르는 여성을 차 안에 밀어 넣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낮에 발생한 ‘2인조 강도 사건’을 목격한 것이었습니다. 이씨는 곧바로 뛰어 내려갔습니다. 그는 차에 탄 중국 국적 피의자 B씨를 붙잡았고, 근처의 다른 시민들도 하나둘 모여 이씨를 도왔습니다.
이씨는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지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무작정 가해자를 잡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데이트 폭력인지, 가정 폭력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실랑이 중에 여성의 마스크가 살짝 벗겨진 사이로 입 주변에 붙은 청테이프가 보였다고 합니다. 이씨는 이때 강도 사건이란 걸 직감했습니다.
이씨와 시민들에게 붙잡힌 B씨는 “놔달라. 도망가지 않겠다”라고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 잠시 손을 놔준 사이에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이씨는 가만있지 않고 곧바로 30∼40m를 추격해 다시 B씨를 붙잡았습니다. 그리고는 사건 현장으로 되돌아와 출동한 경찰관에게 B씨를 넘겨줬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공범 1명과 같은 날 정오에 인근의 한 여행사 사무실에서 여성 업주 C씨를 흉기로 위협한 뒤 800만원 상당을 빼앗고, 추가로 현금 인출 등을 하기 위해 C씨를 차량에 감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C씨는 차가 잠깐 멈추자 밖으로 나와 구조를 요청했고, 곧장 달려온 이씨 덕분에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B씨의 공범은 다음 날 자수했습니다. 그는 여행사 사무실의 문을 잠그려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B씨가 붙잡히는 모습을 보고 도주했지만 좁혀져 오는 수사망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성남수정경찰서는 22일 이번 사건 해결에 큰 공을 세운 이씨에게 감사장과 신고포상금을 수여했습니다. 이씨는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위험하리란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현장에 뛰어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라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하다”며 “피해자 구조와 피의자 검거에 도움이 됐다니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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