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대선 연대’에 공들였던 더불어민주당은 안 후보가 끝내 ‘야권 단일화’를 선택하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동안 ‘이재명·안철수 연대’에 공을 들였던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3일 “그동안 여러 루트로 안 후보 측에 진정성 있는 제안을 전달했다”면서 “안 후보는 국민의힘과 미래를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을 열심히 설득했는데, 닭 쫓던 개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제주도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안 후보의 야권 단일화 제안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위기 상황이고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의 과제”라고 짧게 답했다.
구체적인 입장을 피력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공학적인 단일화 시도는 부적절하다는 인식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안 후보 지지층을 의식해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일단, 안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의 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을 받을 리 없다”며 “안 후보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는 윤 후보가 자신에게 불리한 룰을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야권 단일화 시도가 실패해 안 후보가 대선을 완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결국 이번 대선은 야권 단일화 없이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 ‘4자 구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4자 구도는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안철수 모시기’에 공을 들였던 인사들은 실망감과 낭패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사실상 안 후보가 원하는 것은 다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 후보와의 만남도 성사 직전이었다”면서 “저쪽(국민의힘)에서 급하게 작업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민주당 당내에서는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 성사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고위 당직자는 “선거가 불과 3주 남은 시점에서 야권 단일화가 모든 이슈를 다 빨아들일 것”이라며 “정권교체 열기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안 후보가 ‘결단’하는 상황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의원은 “안 후보가 윤 후보의 손을 들 경우, 정권교체 열기가 불붙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재명·안철수’ 단일화의 꿈을 여전히 버리지 못한 인사들도 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안 후보가 윤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최종 결렬을 선언하고 나면 오히려 우리와의 협상 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협상이 무산되면 바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이날 트위터에 “김미경 교수(안 후보 부인)께서 기저질환이 있는데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쾌유를 기원하고, 안 후보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적으며 여전한 ‘호의’를 드러냈다.
최승욱 기자, 제주=박재현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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