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한복으로 추정되는 의상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로 출연했다.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장면은 카메라를 타고 전 세계에 중계가 됐다. 중국 소수민족 대표가 한복을 입고 등장하자 누리꾼들은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이 또다시 시작됐다며 우려와 분노가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 여성이 등장한 곳은 4일 오후 9시(한국시간) 열린 베이징올림픽 개회식이다. 행사 초반 손에서 손으로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국기 릴레이’가 진행됐다. 어린이, 사회 지도층, 국가 훈장·명예 칭호 수여자와 중국 전역 56개 소수민족 대표가 참여해 오성홍기에 대한 애정과 유대감을 표했다.
논란의 장면은 이 과정에서 포착됐다. 반짝거리는 분홍색 치마와 흰색 저고리를 입은 여성의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긴 머리를 하나로 땋아 댕기로 장식한 이 여성은 한복으로 보이는 의상을 입고 오성홍기를 전달했다. 한복이 중국 소수민족의 문화로 표현된 것이다.
이 장면은 SNS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됐고 누리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한푸(漢服)’라 칭하며 원조임을 주장해왔다.
온라인상에서는 중국 여성이 한복을 입고 중국 소수민족으로 나온 것 역시 한국의 문화를 중국의 속국 문화로 둔갑시키려는 의도라며 비판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분명한 문화 동북공정 시도다” “이젠 한복까지 훔치려고 하느냐” “누가 봐도 한복이 분명하다” 등의 분노 섞인 반응을 보였다.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이 한복을 입고 관람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황 장관은 붉은색의 한복 외투인 두루마기를 입은 채 태극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관중석에 앉아 개회식을 지켜봤다.
이날 개회식에서 상모를 돌리고 단체로 장구를 연주하는 모습이 중국의 전통문화로 묘사된 것도 분노를 키웠다.
수년 전부터 중국은 역사뿐 아니라 문화마저 잇따라 왜곡하고 있다. 2011년 아리랑을 국가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판소리 등 한국의 전통문화가 자국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0년에는 한복이 중국 옷을 표절한 것이라는 주장이 중국 SNS 웨이보에 돌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복에 이어 갓까지 중국이 원조라는 궤변도 나왔다. 이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이 한복에 이어 이제는 갓까지 원조라고 주장한다. 김치, 삼계탕, 아리랑까지도 다 중국에서 유래됐다고 왜곡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다른 나라 문화를 먼저 존중할 줄 아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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