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일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또다시 발사했다. 지난 5일 새해 첫 무력시위를 한 지 엿새 만이다.
특히 엿새 전 쏜 미사일보다 속도가 2배 가까이 빨라진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 군 당국도 “이전보다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데 대해 우려가 된다”고 밝히면서 각 정부 부처에 필요한 조치 강구를 지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27분쯤 북한이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비행거리는 700㎞이상, 최대고도는 약 60㎞였다. 속도는 극초음속미사일의 범주에 드는 마하10 내외로 파악됐다.
북한이 지난 5일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미사일의 최고속도는 마하6이었다. 합참은 “5일에 발사한 탄도미사일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북한이 작년 9월 처음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처럼 이번에도 자강도 일대에서 발사된 점 등을 미뤄 같은 기종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는 유엔 안보리의 규탄 성명과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다”는 우리 군의 평가를 모두 노린 ‘이중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사일이 발사되기 2시간 30여분 전, 유엔 안보리는 북한 미사일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비공개회의를 열었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는 회의 직전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자신들의 정당한 무기 개발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유엔의 이중잣대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북한의 지난 5일 미사일을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닌 일반 탄도미사일”이라며 평가절하한 데 대한 반박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당시 군 당국은 사거리나 고도, 속도 등 제원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성능이 과장됐다”고 판단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기술적 측면에서 자신의 계획표대로 진행됐다면 이번에는 무거운 대남 메시지를 던진 것일 수 있다”고 봤다.
북한이 베이징동계올림픽이나 한국 대선 등의 일정과 무관하게 중·단거리 미사일 수준의 저강도 도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월에 김정일 탄생 80주년, 4월에 김일성 탄생 110주년 등 ‘정주년(5년·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 행사를 각각 앞두고 있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대 성과인 국방력 강화를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대선을 언급한 데 대해 “정치적 전환의 시기에 남북 관계가 긴장을 높이지 않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우려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도 별도의 입장을 내고 북한을 향해 탄도미사일 발사의 즉각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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