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서구권 국가들에서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동 제한 조치와 재택근무의 확대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부부 간 갈등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Covid-19)와 이혼(Divorce)를 합친 신조어 ‘코비디보스(Covidivorce)’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우리나라는 달랐다. 오히려 이혼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통계청 ‘2021년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6500건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11만800건에 비해 약 4300건(4.3%) 줄었다. 올해 10월의 경우 이혼 건수는 770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가까이 줄어들었다.
‘친인척과 멀어졌다’ 36.7%…명절 불화도 줄어
30일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는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코로나19가 2년간 우리 사회를 얼마나 바꾸었는지 분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가족과의 관계는 ‘가까워졌다’는 응답이 12.9%, ‘멀어졌다’는 응답이 12.6%로 집계됐다. 친인척, 이웃, 친구 등 다른 사람과 ‘멀어졌다’는 응답은 평균 37%로 ‘가까워졌다’는 응답에 비해 18배나 높았다. 한지붕에 사는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과 관계가 멀어졌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주목할 부분은 가족을 뺀 다른 사람에는 친인척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친인척과 가까워졌다는 응답은 2.0%, 멀어졌다는 응답은 36.7%에 달했다. 코로나 이후 명절 기간 귀성·귀경길 이동을 자제하면서 친인척과 만나 얼굴을 붉힐 일이 없어졌고, 제사 준비 등으로 인한 고부갈등, 부부싸움을 벌일 일도 줄어들었다. 자연히 이혼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지금처럼 확산하기 전 마지막 설 연휴가 있었던 지난해 1월 이혼 건수는 9603건으로 직전달 대비 7.38% 늘었다. 하지만 ‘귀성 자제령’이 내려진 지난해 추석(9~10월) 직후 이혼 건수는 직전달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었다.

결혼도 감소…‘워라밸’ 중시
또 다른 관계 요인으로는 ‘회식 감소’가 꼽힌다. 2~3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가 부부 싸움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잦은데, 인원·영업시간 단축 조치로 싸울 이유가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코로나19 때문에 결혼 자체가 줄어든 점과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이혼을 망설이는 점 역시 이혼율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10월 혼인 건수는 1만5203건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1270건(-7.7%) 줄었다.
일과 가정생활의 중요도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일이 우선이라는 응답은 2019년 42.1%에서 2021년 33.5%로 줄었다. 반대로 가정생활이 우선이라는 응답은 13.7%에서 18.3%로 많아졌다.
여가 생활도 크게 줄었다. 해외여행의 비율은 2019년 30.4%에서 2021년 1.1%로 확 떨어졌다. 국내 관광도 2019년 69.2%에서 2021년 39.8%로 감소했다. 문화예술, 스포츠 등을 현장에서 관람한 경험도 66.2%에서 24.1%로 줄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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