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에서 시비를 벌이던 취객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경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윤승은 김대현 하태한 부장판사)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37)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친구 B씨(37)는 1심과 마찬가지로 폭행 혐의만 인정돼 벌금형이 유지됐다.
A씨는 2015년 4월 19일 새벽 인천의 한 호프집 앞에서 C씨(54)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당시 술에 취해 호프집 앞 노상에서 술을 마시던 A·B씨의 목을 조르는 등 시비를 걸다 B씨에 의해 한 차례 제압됐다.
A씨는 약 1시간 뒤 C씨가 다시 찾아와 소란을 피우자 그를 가게 밖으로 끌어낸 뒤 가슴을 세게 밀어 넘어트렸다.
보도블록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C씨는 잠시 쓰러진 뒤 귀가했으나 보름 뒤 뇌출혈 등으로 숨졌다.
A씨는 법정에서 “C씨를 넘어뜨려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게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만약 C씨를 밀어 넘어뜨렸다 해도, 폭행과 C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의 두 번째 폭행 당시 ‘쿵’하는 큰 소리가 나고 피해자가 한참 동안 실신할 정도로 (충격이) 강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외상성 뇌출혈이 주요 사인으로 보인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B씨의 첫 번째 폭행도 C씨의 사망에 영향을 끼쳤다며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지만, 법원은 폭행 혐의만 인정했다.
이후 A씨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A씨가 유족 측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로 형량을 감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범행으로 4개월 가까이 구금 생활을 했고, 피해자 유족들이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이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의 친구 어머니가 하는 호프집에서 소란을 피운 것에서 비롯돼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인 데다 술에 취한 피해자가 폭행 직후 곧바로 치료를 받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다”며 “피해자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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