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광견병 확산 등을 막기 위해 유기견을 없애는 캠페인이 진행되는 가운데 유기견을 죽이기 위해 길에 뿌리려던 독살용 간식을 먹은 어린이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파키스탄 매체 볼뉴스와 dpa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신드주 카라치에서 어린이 4명은 길거리에 세워진 자전거에 주머니가 매달려있는 것을 발견, 안에 들어있던 ‘라두’라는 간식을 나눠 먹었다. ‘라두’는 남아시아 전통 음식으로 벵골콩 등의 가루, 견과류, 코코넛 등으로 동글동글한 모양의 음식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먹은 ‘라두’에는 독극물이 들어있었다. 어린이들은 곧바로 구토와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였다.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남자 어린이 1명이 결국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여자 어린이 3명은 중태에 빠졌다. 아이들에게서 라두를 건네받고 먹은 어른 여성 1명도 같이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매체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이 지역에서 광견병 등을 막기 위해 유기견을 독살하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었다”며 “지자체 직원이 독살용으로 만들어 자전거 주머니에 넣어둔 간식을 길에서 놀던 아이들이 꺼내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지역 사회에서는 유기견 독살 캠페인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5만 마리의 유기견이 지자체에 의해 사살되거나 독살되고 있다.
유기견 예방접종과 중성화 시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카라치시의 한 수의사는 파키스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광견병에 걸려 목숨을 잃지 않도록 조처를 하긴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개를 죽이는 방법은 비난받을 만하다. 인도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카라치시에서 활동하는 한 동물보호단체도 아이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유기견 독살 캠페인 중단을 요구했다.
파키스탄의 국교인 이슬람교는 창시자 무함마드가 당국의 수색을 피해 동굴에 숨었는데 개가 짖어 붙잡힐 위기에 처했었다는 이유 등으로 개를 부정하게 여긴다.
천현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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