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를 제주에서 맞기로 하고 제주의 한 렌터카 가격비교업체를 통해 12월 31일부터 1월 2일까지 24만원에 렌터카를 예약한 정모씨. 지난 9월 일찌감치 대금 결제까지 마쳤는데 최근 업체로부터 폐업한다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해당 업체는 환불해준다는 말 대신 직접 렌터카에 전화해 예약 취소를 진행하고 환불은 온라인 결제대행업체를 통해 요청하라는 말만 남겼다.
제주도의 한 렌터카 가격비교업체가 갑작스레 폐업하면서 제주 여행을 계획했던 관광객과 도내 렌터카 업체들이 무더기로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6일 저녁 해당 업체의 일방적인 폐업 알림 문자가 발송된 이후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규모는 개별 관광객 700여명과 도내 렌터카 업체 34곳이다.
문자 발송 직후 여행객들은 급히 해당 업체로 연락을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카드로 대금을 선결제한 이들은 업체가 말한 온라인 결제대행업체에 연락해 환불을 요청했으나 결제대행사에선 환불 의무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카드사에선 결제대금이 이미 가맹점에 지급돼 부도로 인한 구제는 어렵다고 했고, 한국소비자원에서도 부도로 인한 중재 방안은 없다고 전해 왔다. 미수금을 받지 못한 도내 렌터카 업체도 34곳, 미수금 규모는 5억4000만원에 달한다. 가격비교업체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결제대금을 렌터카 이용 후 짧게는 보름에서 길게는 한 달이 지나 업체에 지급하기 때문이다.
폐업 소식이 전해진 이후 피해 여행객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피해 규모와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피해액은 1인당 10만~90만원대로 알려졌다. 최근 해당 업체 대표가 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일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환불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재정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만큼 피해자들에 대해 온전한 변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미수금을 회수하지 못한 렌터카 업체들은 변호사 선임을 마치고 민사 소송 준비를 시작했다.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제주도 관광당국의 대응은 미진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이후 제주도 행정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해당업체의 홈페이지를 폐쇄하도록 조치했을 뿐 피해 여행객들의 불안을 줄이고 향후 비슷한 문제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관계 기관과 논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는 사이 제주도와 제주시, 제주도관광협회 민원 게시판은 답답함을 호소하며 해결을 촉구하는 개별 여행객들의 민원으로 도배됐다. 특히 렌터카 업계에는 해당 폐업 업체 관계자가 또 다른 유사업체를 운영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업체 간 거래에 불신까지 쌓이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도 13일에야 여행피해 신고 공지를 올렸다. 국내여행업으로 등록된 폐업 업체가 제주도관광협회 보증공제에 가입돼 있어 심사를 통해 피해금을 일부를 변제해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총 공제금 규모가 적어 피해액 전체를 환불받기는 어려운 데다 피해 접수와 심사에도 3개월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정씨를 포함한 이번 피해 여행객들은 “여행을 앞두고 사기를 당한 상황이 돼 버렸다”며 “예약도 다시 알아봐야 하고 당장 돈도 못 받고 제주 여행의 기억이 씁쓸하게 남을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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