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학 세계적 석학도 ‘생명과학Ⅱ 20번’ 오류 지적

Է:2021-12-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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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트위터로 해설 공유
풀이한 박사과정생 “터무니 없이 어려워…풀이 불가능”

2022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 10일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받아든 성적표에 생명과학Ⅱ 성적이 공란 처리돼 있다. 전날 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결정을 유예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면서 성적 통지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연합뉴스

집단유전학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 석학 중 하나인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석좌교수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출제 오류를 트위터로 지적했다.

미국 학술원 회원인 프리차드 석좌교수는 수학적·통계학적 방법과 컴퓨터 알고리즘 등을 동원해 유전 변이와 진화를 연구해 왔다. 2013년 미국유전학회의 에드워드 노비츠키 상(Edward Novitski Prize)을 받은 경력이 있다.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석좌교수가 11일(한국 시간) 트위터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해설을 공유했다. 트위터 캡처

프리처드 교수는 11일(한국시간) 해당 문항에 대한 해설을 트위터로 공유하면서 “집단 유전학, 중대한 대학입학시험, 수학적 모순, 법원의 가처분명령”이라며 “이 이야기에는 (흥미 있을 만한) 모든 것이 있다”고 적었다. 그는 해당 문항을 한국 학생으로부터 제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설 올린 박사과정생 “터무니없이 어렵다”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스탠퍼드대 홈페이지

프리처드 교수는 해당 문항을 입수한 후 본인 연구실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에게 이를 풀어 보라며 업무용 메신저로 주말 과제를 냈다. 프리처드 교수는 트위터로 해설을 공유했는데, 이는 그의 연구실 소속 박사과정생인 매튜 아기레 연구원이 작성한 것이다.

아기레 연구원은 문제를 해설하면서 “풀이”(Solution)라고 단어 앞뒤에 따옴표를 쳐서 강조했다. 이 문항에 해결 불가능한 모순이 있어 처음부터 바른 풀이방법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는 이번 수능 문제 정답의 효력을 정지한 한국 법원의 결정을 다룬 영문 기사를 인용하면서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 “터무니없이 어렵고, (스포일러 주의!) 사실은 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해명 정면 반박
아기레 연구원은 이 문항을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의 기관 실명과 트위터 계정을 명시하면서 ‘문제의 조건이 불완전하더라도 답은 낼 수 있으므로 문항의 타당성이 유지된다’는 평가원 측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아기레 연구원은 “살펴보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제 풀이 과정에서 모순을 발견하기 전에 답을 낼 수 있으므로 이 문항의 타당성이 유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모순 발견 전에 답을 낼 수 있는 것’은 평가원이 특정한 접근법을 썼기 때문일 뿐이라면서 또 다른 접근법을 택하면 답을 내기 전에 모순을 마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의 매튜 아기레 연구원이 11일(한국 시간) 트위터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해설을 공유하면서 "터무니 없이 어렵다. 사실은 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그는 구체적인 상세한 계산과정을 포함한 풀이도 공개했다. 평가원이 언급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면 ‘답 내기’→‘검산’→‘모순 발견’의 수순이 되므로, 만약 응시자가 ‘답 내기’까지만 하고 검산을 하지 않으면 모순을 발견하지 않은 채 문제 풀이가 끝난다.

그러나 아기레 연구원은 자신이 소개한 다른 접근법에 따라 문제를 풀면 답을 도출하기 전에 모순이 발견된다고 했다. 그는 “타당한 풀이가 있다고 말하려면 의도적으로 진실을 계속 외면해야만 한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비판했다.

평가원 "이상 없다"…1심 선고 17일
2022학년도 수능에서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Ⅰ과 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다.

이의 제기자들은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중대한 오류가 발생해 제시된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문항 자체가 오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수능 직후부터 평가원에 정답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교사들, 학원 강사들,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문항 자체에 오류가 있고 정답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명백하다는 의견이 나온 상황이다.

하지만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이 문항에 대해 ‘이상 없음’ 결론을 내렸다. 평가원은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이달 9일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답 결정을 유예하도록 평가원에 명령했다.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열린 지난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재판을 마친 수험생과 소송대리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가원 측은 지난 10일 열린 이번 본안 재판의 첫 변론기일에서 “설령 개체 수가 음수가 나오더라도, 정답을 구하는 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며 “과학은 수학과 달리 모형을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발전하는 학문인 만큼, 개체 수가 음수가 나온다 할지라도 이 집단에 어떤 진화가 일어날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 본안 소송 1심 재판의 결과는 이달 17일 오후 1시 30분에 선고될 예정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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