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흉기 위협에 치킨 주문을 가장해 경찰에 전화한 여성의 떨리는 목소리를 그냥 넘기지 않은 경찰의 행동이 한 생명을 살렸다.
112 창설 64주년을 맞은 경찰은 2일 112 우수사례 모음집 ‘112 소리를 보는 사람들’을 펴냈다.
사례집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긴급한 요구조자의 ‘구조 시그널’과 이를 놓치지 않은 경찰관의 이야기가 여러 건 소개됐다.
지난 3월 6일 한밤중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저 치킨을 시키려고 하는데요”라고 말했다. 112상황실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장난전화가 온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남상윤 경사는 긴급상황이라는 걸 직감했다.
“어디로 가져다드릴까요? 누가 드실 건가요?” “옆에 남자친구가 있나요?”라는 말에 여성은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한다”고 답했다. 당시 여성의 목소리는 거의 울 듯했다고 한다.
경찰은 확인한 주소로 출동했고, 현장엔 술에 취한 채 흉기를 든 남편이 있었다. 남편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이경진 경위도 장난전화 같은 신고 전화를 받고 이를 무시하지 않고 상황을 해결했다. 아무 말이 없는 신고 전화였지만, 해당 번호가 이전 신고 이력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이 경위는 “경찰 도움이 필요하시면 전화 버튼을 눌러주세요”라고 말했고 수화기 너머 신고자는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이 경위는 이런 방식으로 신고자가 사는 아파트 동·호수 등을 확인했다. 자녀 훈계 문제로 흥분한 남편이 망치를 들고 아내를 협박하는 상황에 걸려온 다급한 신고 전화였다.
서울청 강서경찰서의 설태식 경위는 자살의심 신고를 받은 후 구조가 필요했던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한 뒤 카카오톡으로 친구 추가를 했다. 실명이 제대로 뜨지 않았지만 설 경위는 이에 멈추지 않고 카카오페이로 상대방에게 1원을 송금해 이름을 확인했다. 설 경위는 기민하게 파악한 정보로 새벽 만취 상태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바닥에 떨어진 채 전신 통증으로 움직이지 못하던 이를 구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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