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동규(구속 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한 두 번째 공소장에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어지던 몇 가지 의문들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사태 이후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들의 이익이 ‘하이 리스크(고위험)’를 감수한 ‘하이 리턴(고수익)’이었다는 변론이 있었지만, 검찰은 당시 수익성이 막대한 수준으로 예상됐다고 결론지었다. 대장동의 입지적 장점이 뚜렷한 반면 인허가와 지주작업에서의 위험 부담은 없었다는 것이다.
금융권과 부동산학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대장동 개발사업자의 사전 내정 의혹 및 ‘맞춤형’ 공모지침 의혹도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민간사업자들 틈에서 먼저 아이디어가 나왔고, 해당 내용이 사후에 거꾸로 공모지침에 담긴 정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사업자 선정 심사에 참여한 공사 내부위원들이 유독 화천대유가 속한 성남의뜰컨소시엄 측에만 만점을, 나머지 컨소시엄에는 0점을 부여한 사실도 재차 확인됐다.
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지난 1일 유 전 본부장을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은 공모 당시 전망이 나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서술을 공소장에 담았다. 검찰은 대장동 부지를 “분당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으로 향후 개발사업이 진행될 경우 막대한 개발이익이 예상되던 지역”이라고 규정,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성남의뜰컨소시엄에 밀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타 컨소시엄의 관계자들도 검찰에서 “1년에 아파트 가격이 10~20% 올라가고 있었다” “판교 바로 밑에 붙어있는데 ‘안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서판교엔 남는 택지나 집도 없었다”고 진술했었다(국민일보 10월 25일자 1면 보도).
검찰은 이러한 대장동 개발사업의 전망 상황을 유 전 본부장은 물론 다른 배임 공범들에 대해서도 적용했다. 검찰은 대장동의 입지적 장점에 더해 성남시 전액 출자로 인허가 과정에서 위험 부담이 없었다는 점, 도시개발법상 수용권한을 보유해 지주작업에 대한 위험 부담이 없었다는 점 등을 ‘막대한 개발이익 예상’의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장동 부지에 서판교터널 개통이 예정돼 지가 상승이 예상됐으며, 화천대유가 분양사업을 통해 큰 추가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봤다. 이는 관련자들은 물론 부동산학 전문가들까지 참고인으로 소환해 폭넓은 진술을 청취한 결과였다.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모지침이 성남의뜰컨소시엄을 위한 ‘맞춤형’으로 꾸려진 정황들(국민일보 10월 19일자 5면 보도)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선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먼저 ‘씨세븐’ 이강길 대표와 함께 지주작업 등을 진행했고, 이후 기자 출신인 김만배씨가 사업에 관여했다고 파악했다. 이때 김씨가 로비 역할을, 남 변호사가 자금 조달을, 정 회계사가 대장동 사업계획 작성 및 회계 역할을, 정민용 변호사는 공모지침서 작성 역할을 맡았다고 검찰은 봤다.
정 회계사가 낸 아이디어를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고, 유 전 본부장은 정 변호사에게 공모지침서 반영을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이 결과 성남의뜰컨소시엄이 산업은행 및 메리츠종금증권 컨소시엄을 따돌리고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앞서 검찰에 출석한 컨소시엄 관계자들은 ‘7000억원 주간-1500억원 대출약정’ 식으로 대표사의 부동산 PF 실적에 높은 배점을 주는 공모지침은 너무 이례적이며, 꼭 누군가의 실적을 알고 짜여진 공모지침처럼 느껴진다고 진술했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그런 공모지침서는 없다”는 진술도 있었다.
화천대유가 공모지침 공고 1주일 전 설립된 점, 유독 성남의뜰만 자산관리회사(AMC) 부분에서 가점을 얻었던 점도 대장동 사태 이후 꾸준한 의문이었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도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 담겼다. 김문기 당시 공사 개발사업1팀장과 정 변호사는 심의위원 5명 중 2명으로서 2015년 3월 상대평가에 참여했다. 이들은 프로젝트회사 설립 및 운영계획(20점), 자산관리회사 설립 및 운영계획(20점) 항목에서 산업은행 및 메리츠종금증권 컨소시엄에 0점을, 성남의뜰에는 만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국민일보 10월 19일자 1면 보도). 이는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성남의뜰 선정을 지시받고 이뤄진 행위였다고 한다. 이들은 나머지 3명의 외부 심사위원들이 성남의뜰에 좋은 점수를 주도록 분위기를 유도했다고 한다.
김씨와 남 변호사, 정 변호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르더라도 3일 심야에나 알려질 전망이다. 유 전 본부장 측은 “공소장을 확인한 결과 그 내용이 (관련자들의) 구속영장 심문 내용에 연관된다”며 말을 아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공소장 내용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부인한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깨알 같은 ‘비참가적 우선주’…“화천대유와 유동규, 배임 공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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