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한부모 가정 아동에 대해 양육비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 국가가 먼저 지급하는 ‘양육비 대지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개정된 양육비 이행법보다 국가 책임을 한층 더 강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이 후보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육비 채무 해결은 아동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 후보가 언급한 양육비 대지급제는 한 부모 아동에게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양육비 책임을 불이행한 채무자로부터 돌려받는 제도다. 이 후보는 국세 체납에 준하는 절차를 따르도록 규정하고 국가의 구상권 행사를 국세청에 위탁해 양육비를 반드시 갚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가 1억원 넘게 양육비를 미지급한 홍모씨 등 6명의 운전면허를 정지하기로 했다는 언론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6~7월 잇따라 시행된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에 따른 첫 운전면허 정지 사례다. 여가부는 지난 28일 홍씨 등이 감치명령 결정에도 1510만원~1억2500만원 가량 양육비를 미지급해 관할 주소지 경찰에 운전면허 정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중 652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던 김모씨는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위한 의견진술 기간 중 3600만원 가량을 뒤늦게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법원 감치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무자의 이름, 나이, 직업, 주소를 인터넷과 언론 등에 공개한다. 다만 채무자가 실종, 파산선고,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신상 공개 대상에서 제외한다.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은 채무자에 대한 출국금지 및 운전면허 정지 요청도 가능하다. 출국금지 조치의 경우 양육비 채무가 5000만원 이상인 채무자 등이 대상이다.
이 후보는 “개정 양육비 이행법에 따른 처분은 진심으로 환영할 일”이라며 “이들에게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억 소리’ 나는 금액이 누적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출국금지나 운전면허 정지도 진일보한 성과이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며 “양육비의 국가 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육비 대지급제 외에도 양육비 이행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고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소득 발생시 양육비 원천 공제가 가능하도록 부처 간 협업 시스템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양육비 문제 해결에 있어 민간에서의 노고가 컸다”며 “앞으로는 민간이 아닌 국가가 아이들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에 엄정 조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여가부는 지난 2018년 양육비 채권자인 한부모(혼자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 2039명을 대상으로 ‘2018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1491명(73.1%)이 양육비 지급 의무자로부터 양육비를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90명(4.4%)은 부정기적으로 받았다고 했고 116명(5.7%)은 과거에는 받았지만 최근에는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고 응답한 한부모는 310명(15.2%)에 불과했다. 양육비를 소송을 통해 받아내려고 해도 법적 절차가 복잡해 한부모가 진행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2039명 중 양육비청구 소송을 경험한 사람은 155명(7.6%)에 불과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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