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계된 인물들에 대한 법원 심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법원에서는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 및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의 보석취소 심문이 진행됐다. 윤 전 총장 부인이 연루된 ‘주가조작 의혹’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는 소식도 이날 전해졌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사기관들의 윤 전 총장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손 검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영장 청구의 부당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영장심사는 2시간 30분만에 종료됐다. 영장심사 결과는 이날 밤 늦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영장심사 결과에 따라 윤 전 총장 측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어느 한 쪽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 검사가 구속될 경우 공수처는 국민의힘 측에 전달된 고발장의 작성자 및 지시자가 누구인지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윤 전 총장 측이 고발장 전달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당시 검찰총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만큼 관리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손 검사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공수처 수사가 급격히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이들이 누구인지 등에 대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는 것부터 난항에 빠질 수 있다. 손 검사는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이 없고, 작성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도 윤 전 총장 측에 부담이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이날 오전 주가조작 의혹 사건 관계인인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의 부인을 불러 조사했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권 회장 일가의 횡령·배임 혐의로도 수사 전선을 넓히고 있다. 검찰은 전날 사건 관계인인 이모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010~2011년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주가조작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한 후 김건희씨를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는 법원의 석방 조건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5부 심리로 열린 보석 취소 심문에서 최씨 측은 “유튜버들의 추적 때문에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거지 제한 조건을 어긴 것이 아니고 유튜버들을 피해 낮엔 다른 곳에 있다가 저녁 늦게 귀가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검찰은 “피고인이 보석기간 중 주거지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너무 많이 드러났다”며 보석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씨의 보석 취소 여부는 추후 결정될 전망이다. 최씨의 보석이 취소되고 구치소에 재수감될 경우 윤 전 총장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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