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이 ‘분배’ 중심 경제 구상을 꺼내들자마자 재정정책을 관장하는 재무성 차관이 이에 반대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존재감이 약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뒤집으려던 신임 총리의 야심작이 시작부터 암초를 만난 모양새다.
11일 아사히신문은 야노 고지 재무성 사무차관이 지난 8일 발간된 월간지 ‘분게이슌주’ 11월호 기고문에서 기사다 총리의 정책 구상에 대한 논쟁을 “선심 경쟁”으로 규정한 데 대해 집권 자민당 내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피해계층 지원 범위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엇박자를 냈던 것처럼 일본에서도 유사한 당정 갈등이 발생한 셈이다.
지난 8일 기시다 총리는 첫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면서 중산층의 소득 확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2차 아베 신조 정권 이후 추진된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자 적극적인 분배 정책으로 이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기시다 내각은 임금인상, 복지확대, 그리고 부자 증세로 불리는 금융소득 과세 확대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야노 차관은 같은 날 발간된 기고문에서 이를 ‘선심성 정책’으로 깎아내렸다. 그는 코로나19 대응 등을 명분으로 한 여야의 정책 경쟁에 대해 “퍼주기 경쟁”이라며 “국가 재정을 파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시다 총리의 새로운 경제 대책에 대해서도 “비용과 폐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선심성으로 흘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현 상황을 “타이타닉호가 빙산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아베‧스가 요시히데 정권을 거치며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를 웃도는 1200조엔을 넘어선 만큼 재정건전성을 시급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여당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총재 선거에서 3위를 차지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정무조사회장은 10일 NHK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무례한 어투”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우려해 당장 어려움에 놓인 국민을 지원하지 않고,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에게 투자하지 않는 것처럼 ‘바보 같은 얘기는 없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기사다 총리도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좋지만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정부) 관계자는 확실하게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마츠노 히로카즈 신임 관방장관이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야노 차관이) 재정건전성을 위한 일반적인 정책론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당정 갈등은 기시다 내각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4∼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성장전략과 분배정책 중 어느 것이 우선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가 성장을 택했으며 분배를 선택한 응답은 38%에 그쳤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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