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맥도날드 유통기한도 어겼다…“컵은 세제 없이 세척” [이슈&탐사]

국민일보 취재팀은 2019~2020년 서울의 일부 맥도날드 매장 내부에서 촬영된 영상을 입수해 분석했다. 이들 영상에는 실온 상태의 햄버거 빵, 양상추, 양파 등이 유통기한이 지난 채 맥도날드 매장에 보관 중인 장면이 포착돼 있다. 취재팀은 “영상 속 유통기한을 넘긴 식자재는 모두 마감시간 이후 매장 내부에 있던 것인데, 햄버거 등에 쓰이는 식자재”라는 증언도 확보했다.


문제의 매장에서 유통기한 위반 문제가 영상으로 처음 확인된 건 2019년 ○월 27일이었다. 이날 새벽 2시쯤 찍힌 영상에는 실온에서 비닐포장지에 보관 중인 햄버거 빵이 나온다. 비닐포장지 겉면에는 ‘2019. **. 26까지’라는 유통기한이 검정색 글씨로 찍혀 있었다. 유통기한이 전날 끝난 빵을 다음 날 판매를 위해 매장 내부에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찍힌 또 다른 영상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양상추도 발견됐다. 양상추가 담긴 비닐포장지에는 ‘2019. **. 26까지’라고 유통기한이 적혀 있었다. 마찬가지로 유통기한이 하루 지난 식자재였다. 이 양상추는 포장을 뜯지 않은 채 매장 내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한 직원은 “양상추는 봉지를 뜯은 이후에는 유통기한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기 어렵다”며 “가장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식자재”라고 말했다.

2020년 ○월 17일 새벽 2시50분쯤 촬영한 영상에는 유통기한이 하루 지난 양파를 박스째 보관하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박스 겉면에는 ‘2020. **. 16’이라는 유통기한이 적혀 있었다. 이 양파는 최소한 전날 마감시간까지는 폐기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2020년 ○월 21일 새벽 2시쯤 찍힌 영상에는 유통기한을 하루 지난 양파가 포장이 뜯기지 않은 채 보관 중인 장면도 확인됐다.


유통기한을 꽉 채운 식자재를 보관 중인 영상도 다수 확인됐다. 2020년 1월과 5·11월 촬영된 또 다른 영상 4개에는 유통기한 마지막 날에 이른 햄버거 빵 수십 개를 매장에 보관 중인 장면이 등장한다. 만약 이 햄버거 빵이 유통기한 마지막 날 모두 판매됐다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없다. 다만 ‘신선한 햄버거 빵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맥도날드의 이미지와는 배치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나 식품 또는 원재료를 제조·가공·판매의 목적으로 운반·진열·보관해선 안 된다. 이를 판매하거나 식품 제조·가공에 사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만약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나 식품을 진열·보관하려면 ‘폐기용’ 또는 ‘교육용’이라고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유통기한을 넘긴 것으로 보이는 식자재에는 폐기용 또는 교육용이라는 표시가 붙어있지 않았다.

취재팀은 마감 시간 이후까지 매장에 남아 있는 식자재는 판매용이라는 복수의 증언도 확인했다. 맥도날드에서 근무한 한 직원은 “폐기하는 식자재들은 아무리 늦어도 마감 전에는 매장 밖으로 다 옮긴다”며 “마감 이후에 매장에 남은 것은 다 판매용”이라고 말했다. 유통기한을 넘겨 매장에서 보관 중인 영상 속 식자재들이 폐기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유통기한 위반은 맥도날드 자체 기준을 위반한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식품위생법은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 등을 보관·판매한 경우 업소의 영업정지 처분뿐 아니라 사업자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2차 유효기간 위반은 현실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지만, 유통기한 위반에 대해선 하루라도 어겼을 경우 형사처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기한 위반이 확인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식품 분야 전문 변호사인 김태민 식품법률연구소 소장은 25일 “유통기한 위반은 하루를 넘기더라도 처벌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도 “2차 유효기간이든 유통기한이든 가장 큰 문제는 세균 번식 등 인체에 미칠 위험성”이라며 “유효기간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가 없지만 유통기한 위반은 분명히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맥도날드는 2차 유효기간 위반 문제에 대해서는 “2차 유효기간은 원재료의 품질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유지·제공하기 위한 맥도날드의 자체 품질 관리 기준”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유통기한보다 짧은 2차 유효기간을 자체적으로 정해 식자재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맥도날드 일부 매장에선 탄산음료용 플라스틱 컵 등을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사실상 물로만 상당 기간 세척한 정황도 드러났다. 맥도날드는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실 때 쓰는 플라스틱컵 등을 식기세척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과 세제로 살균·소독하고 있다. 그런데 취재팀이 입수한 내부 고발 영상에선 세제가 소진됐는데도 보충하지 않거나 헹굼용 린스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방치한 장면이 포착됐다.


이는 2020년 12월과 2021년 5~6월 촬영된 맥도날드 일부 매장 내부의 영상과 제보자 등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2021년 5월 말 촬영된 이 영상에선 식기세척기에 연결된 세제통이 비어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원래 이 세제통에는 분홍색 세제가 채워져 있어야 했다. 그 옆에는 파란색 린스가 담긴 통이 4분의 3 정도까지 차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로부터 2주 뒤인 6월 초 찍힌 영상에는 세제통이 여전히 비어 있고, 린스가 2분의 1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일주일 뒤 다시 찍힌 영상을 확인해봐도 세제통은 여전히 빈 상태였다. 3주 넘게 세제를 쓰지 않고 물과 린스로만 식기를 세척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2월 셋째, 넷째 주에 찍힌 영상에는 린스는 그대로인데 세제만 조금씩 줄어드는 장면이 나타났다.


식기 세척에 필요한 세제와 린스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이 매장은 2020년 11월 중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위생등급 ‘매우 우수’(취득점수 90점 이상)를 받았다. 취재팀이 영상으로 문제를 확인한 시점은 그 이후다. 위생등급 ‘별 세 개’ 표지판이 붙은 상태에서 세제를 쓰지 않은 채 컵을 세척하는 일이 지속됐던 것이다. 이 매장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지난해 11월 위생등급 평가를 받기 전날 밤늦게 세제를 새 것으로 갈았는데, 최근까지 세제통을 교환한 횟수가 한두 차례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세제를 사용했을 경우 1통을 3~4주면 다 쓴다”면서 “최근 9개월 동안 적어도 9번은 교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위생법에는 식기를 세척할 때 반드시 세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다만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음식기(음식을 담는 그릇)는 사용 후에 세척·살균하는 등 항상 청결하게 유지·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한 경우 1차는 50만원, 2차는 100만원, 3차 이상은 1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세척제를 사용해서 식기를 닦아야 한다는 의무 규정은 없다”면서도 “식품위생법의 목적은 청결한 유지 관리에 있는 만큼 현장점검에서 이를 어겼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세제를 쓰는 건 항균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물로만 씻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맥도날드 식자재 문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공익신고자를 최근 비공개 조사하면서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구체적인 공익신고 내용을 확인했으며, 조만간 일부 매장 내부가 찍힌 영상을 포함해 식자재 관리 불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물증을 제출받을 계획이다. 경찰은 식자재 유통기한 위반 여부뿐 아니라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의 위법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경찰 수사의 관건은 맥도날드 본사가 불량 식자재 문제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본사가 일부 매장의 유통기한 또는 2차 유효기간 위반 등 실태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맥도날드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한 직원은 “매장 여러 곳을 관리하는 ‘오퍼레이션 컨설턴트’(Operations Consultant)가 점장들에게 재고·위생 관리 등 점검 상태를 체크하고 본사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식자재의 로스(손실)율을 일일이 관리하는 본사에서 일선 매장의 상황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취재팀은 한국맥도날드 식자재 문제와 관련한 이메일 질의서를 미국 맥도날드 본사에 여러 차례 보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내부 검토 후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구자창 박세원 기자, 영상편집=전병준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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