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정책의 큰 줄기를 ‘위드 코로나’ 방향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추석연휴 이후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는 단기적인 확산 억제보다 치명률 저감 등에 주안점을 두면서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하는 방역 전략이다. 현재 영국 싱가포르 등이 채택하고 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20일 “백신 1차 접종률이 70%에 도달하는 시점에 정책 전환을 검토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하지만 영국처럼 극단적인 ‘사망 최소화’ 정책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방역 전략과 일상 회복을 절충한 한국형 ‘위드 코로나’ 정책이 수립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날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다음 달 5일까지 연장하며 4단계 지역의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한 시간 단축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확진자 수, 백신 접종률, 델타 변이 등을 고려한 새로운 방역 전략·체계를 준비 중”이라며 “추석 전에 1차 접종률 70%가 달성될 듯한데 항체 형성에 2주가 필요하니 9월 말이나 10월 초에는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백신 접종률이 조금씩 최초 목표치에 가까워짐에 따라 의료 대응체계 등을 정비하며 코로나19와의 중장기적 공존을 준비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애는 등의 급진적 전환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방역체계 개편을 검토 중이지만 영국처럼 치명률 중심으로 방역을 완화하는 수준의 논의를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위드 코로나 선언 한 달을 맞은 영국은 아직 우려했던 것만큼의 확진자 폭증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해제한 지난달 19일 3만9538명이었던 신규 확진자는 이달 초 2만명대 초반까지 줄었다가 이후 조금씩 늘어 3만6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의 위드 코로나 성패는 휴가철 이후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4차 유행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052명으로 집계돼 사상 세 번째로 많았다. 위중증 환자는 385명이다. 지난 13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행정명령을 내려 중증환자용 병상을 추가 확보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제관은 “하루 2500명 이상 환자가 계속 발생하면 의료 대응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22일 만료될 예정이던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는 2주 더 연장돼 다음 달 5일까지 이어지게 됐다. 정부는 23일부터 4단계 지역의 식당·카페 영업 제한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로 앞당기기로 했다. 동시에 그 충격을 줄이겠다며 식당·카페에 한정해 접종 완료자가 포함되면 오후 6시 이후에도 최대 4명까지 모일 수 있게 했다. 일종의 절충안이지만 결과적으로 방역 강화도 완화도 아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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