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 홍보물에 성별 고정 관념이나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편견을 담은 이미지가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지자체 홍보물의 혐오 표현(성·인종·장애인) 실태 모니터링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라 정부 홍보물 혐오 표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지난 3월 관련 시민단체와 함께 정부 18개부의 홈페이지, 유튜브 등에 공개된 홍보물 조사에 착수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문제가 된 홍보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사례는 성차별(760건)이었다. 남성은 전문직, 여성은 가사 노동자 등으로 그리는 ‘성별 대표성 불균형’이 34.5%로 가장 많았다. 여성을 치마·하이힐 등으로 묘사하는 ‘성역할 고정관념·편견’은 27.7%로 뒤를 이었다. 인권위는 “직접적인 혐오 표현은 줄어들었지만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담은 표현이나 이미지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는 재난 대피 요령 관련 포스터에 여성은 남성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수동적이고 부수적인 약자로 표현했다. 여성이 책상 아래에 몸을 피하는 사이 남성은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고 있는 포스터가 대표적이다. 환경부는 저탄소 생활 실천 포스터에서 명절 음식을 차리는 사람을 여성으로 한정했다. 또 기후 변화 대응 청사진 홍보 포스터에 중대한 전략을 짜거나 외국과의 교류를 담당하는 전문직을 모두 남성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장애·인종 등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담은 이미지는 차별·비하 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비장애인의 사진에 ‘장애 대학생, 도우미 덕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문구를 적어 넣었다. 인권위는 “장애인을 의존적 존재, 시혜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가 ‘이주 배경 청소년 여름 학교’ 홍보물에 ‘나도 이제 당당한 대한민국 청소년입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것에 대해서는 “이주 배경 청소년은 당당하지 않다는 편견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국내 체류 외국인 지원 홍보 포스터에 아시아권 외국인은 침울한 표정의 부정적 이미지로, 서구권 외국인은 밝은 표정의 긍정적 이미지로 묘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정부 홍보물은 공적 영역이라 단어, 표현, 이미지 등에 따라 시민의 인식, 태도,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공무원의 인권 감수성 증진을 위한 교육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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