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대표 간 파열음이 커지면서 당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유력 후보들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해선 각종 실언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향해선 준비 부족이 각각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걱정스런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합당 문제와 관련해 결단을 예고했다.
윤 전 총장이 당 주관 쪽방촌 봉사활동과 예비후보 간담회 등에 연일 불참한 일은 진실공방으로까지 번졌다. 윤 전 총장 측 인사가 다른 대선주자 측에 당 경선준비위원회 일정 보이콧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이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 “당 공식 기구인 경선준비위원회의 일정을 보이콧하라고 사주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적었다. 앞서 윤 전 총장 캠프는 ‘보이콧 사주설’을 일축한 바 있다.
윤 전 총장 측 인사의 보이콧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8일 “확인해 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가 적극 부인하지 않으면서 보이콧 제안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돌고래’에, 다른 대권 후보들을 ‘멸치’ ‘고등어’로 비유한 것도 당내 파열음을 키웠다. 이 대표가 “저는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고, 다른 대권 주자들도 일제히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지율 1위 후보 측이 보여주는 오만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을 동시에 비판하는 ‘양비론’ 목소리도 나온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여당의 잘못에 맞서 싸우지 않고 집안싸움에 골몰하고 있다”며 “화이부동 하는 큰 정치를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중진 의원도 “당 지도부와 유력 후보가 갈등을 빚는 건 문제”라며 “윤 전 총장 측도 부적절한 비유를 했고, 이 대표도 갈등을 키울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 본인보다는 캠프 측 인사들과 이 대표 간 갈등이 벌어지는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이 직접 나서 컨트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도 “캠프 초기에 자리 싸움 하는 인사들, 그리고 익명 인터뷰 이런 거 정말 시간 지나고 나면 부질없는 행동”이라며 “그냥 후보 팔아서 그 사람들이 후보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캠프 및 주변 인사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갈등에 이어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선택 자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발언 논란이 계속 터졌고, 지지율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전 원장은 지난 4일 공식 대선 출마선언 때 일부 현안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준비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지난달 전격 입당하면서 컨벤션 효과를 누렸지만,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서 답보 상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당이 전혀 안심할 상황이 아니고 위험하다”며 “윤 전 총장은 메시지 관리에서, 최 전 원장은 정책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과의 통합에 대해 “이번 주 동안 숙고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밝혔다. 합당이냐, 독자 행보냐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