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방상(한국의 국방부 장관)에 리영길 전 사회안전상을 임명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8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참석한 리영길의 모습이 공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27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장면을 찍은 조선중앙통신의 사진을 보면, 리영길은 사회안전성 제복 대신 대장(별 4개) 견장, 옷깃, 모자 테두리에 붉은색을 두른 군복 차림으로 섰다.
리영길은 한국의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상을 맡아왔기 때문에 올해 1월 8차 당대회 인사 당시 공개된 사진에서만 해도 사회안전성 제복을 입고 있었다.
리영길은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서 종전 김정관 국방상이 도열했던 둘째 줄의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사이에 자리했다.
반면 김정관은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돼 참배 행사에서 넷째 줄로 밀려났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 회의에서 고위 간부들의 태업을 질타한 뒤, 군 서열 4위에 해당하는 국방상을 김정관에서 리영길로 교체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당시 북한은 군 서열 1위였던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하고, 서열 2위 박정천 군 총참모장의 계급을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하는 등 군 수뇌부 인사를 했다.
리영길은 과거 ‘처형설’이 돌았을 정도로 김정은 정권에서 부침을 많이 겪은 인물이다. 강원도 최전방을 담당하는 5군단장 출신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해인 2012년 12월 상장(별 3개)으로 진급한 후 8개월 만에 대장을 달고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군 총참모장에 취임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2016년 2월 돌연 총참모장에서 물러났다. 이에 ‘리영길 처형설’까지 언급됐다.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으로 강등된 사실이 북한 매체를 통해 뒤늦게 확인된 뒤 2018년 다시 총참모장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해임됐고 공식 석상에서도 1년 넘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평양시 군민연합집회 주석단에서 호명됐으며, 올해 1월에는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자 사회안전상으로 임명된 사실이 공개됐다. 이번에 국방상 임명까지 포함하면 2012년부터 지금까지 군 수뇌부 자리에 임명됐다가 해임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 셈이다.
리영길이 떠난 사회안전상 자리에는 김정호가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호는 2019년 12월 인민보안상(사회안전상 전신)에 임명됐지만, 올 1월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후보위원 선거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정호는 이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 김정관 전 국방상보다도 한 줄 앞서는 셋째 줄에 상장 계급의 사회안전성 제복을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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