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에서 붕괴한 아파트에서 살던 한 남성이 사고 당일 ‘자고 가라’는 여자친구의 권유 덕에 목숨을 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붕괴한 서프사이드의 챔플레인타워 사우스 아파트 주민 에릭 드모우라(40)의 기적 같은 사연을 보도했다.
판매 사업에 종사하는 드모우라는 평소 집에서 근무했다. 그는 건물 붕괴 전날인 23일에도 재택근무를 마친 후 오후 6시15분쯤 여자친구 페르난다 피게레도의 집으로 향했다.
드모우라는 여자친구의 집에서 친구 커플 두 쌍과 함께 그날 밤 열린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축구 경기를 시청했다. 이후 이들과 함께 뒷마당으로 나가 축구를 하던 중 수로에 빠진 공을 주우러 들어갔다가 옷이 물에 젖었다.
이에 피게레도는 드모우라에게 옷도 젖었으니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가라고 권유했다. 두 사람은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24일 오전 1시쯤에 잠자리에 들었다.
드모우라는 오전 5시30분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다가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휴대전화에 전화와 문자 메시지가 수십 통 온 것이다.
드모우라는 아파트 건물 관리인에게서 ‘괜찮으냐’는 문자 메시지가 와 있는 걸 보고 곧장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관리인은 “세상에, 살아 있군요”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이 무너졌다는 소식과 함께 붕괴한 아파트의 잔해를 사진으로 보냈다.
드모우라는 WP와의 인터뷰에서 “꿈을 꾸는 것만 같다”며 “영화 속에, 아주 나쁜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와 여자친구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만약 옷이 젖지 않았고, 여자친구가 자고 가라고 권하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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