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파업 여파로 일부 지역에 배송 지연·접수 중단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택배·유통업계는 ‘택배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파업이 장기화한다면 일부 지역 상인을 중심으로 피해가 누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업을 주도하는 주체가 지역 특산물이나 신선식품을 주로 운송하는 우체국 위탁 택배기사들인 데다 우체국 내부에서는 택배 사업을 중단하자는 움직임마저 나오고 있어서다.
15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한진택배는 울산과 경기 성남·광주, 경남 거제, 전북 군산과 정읍 등지에서, 롯데택배는 울산과 경남 창원, 서울 은평구, 경기도 이천 등지에서 배송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창원과 울산, 경기 성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파업 영향을 받고 있다. 업계는 관리직 직원과 직고용 택배 기사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택배 배송 문제가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지역 대리점별로 소속 기사의 파업 참가 비율이 모두 제각각이라서다. 민간 택배사들은 파업 참여 비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송장 출력 제한, 집화 중단 등 사실상 접수 중단 조치에 나섰다. 접수가 이뤄지더라도 각 대리점에서 배송이 이뤄지지 않으면 배상 책임은 대리점에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도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미리 배송 지연 공지를 띄우고 있다. G마켓·옥션·11번가·인터파크와 같은 오픈마켓은 입점 판매자에게 배송 지연을 고객에게 미리 알리라고 안내했다. 배송 차질에 민감한 신선식품을 다루는 CJ더마켓·풀무원몰·정원e샵·오뚜기몰 등 식품업계도 홈페이지를 통해 배송 지연 발생 가능성을 알리고 있다. 아예 배송 지연 자치구를 별도로 표시하는 곳도 있다. 다만 택배·유통업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의 파업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파업 참여 비율이 전체 택배 기사의 10%도 안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역 특산품과 신선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우체국 위탁 택배기사들이 파업을 주도한다는 사실이다. 우체국은 이미 냉장·냉동 등 신선식품 접수를 중단한 상태다. 또한 전체 소포의 배달 지연 가능성도 소비자에게 일제히 안내됐다. 지난 11일부터는 모바일 인터넷과 콜센터 등을 통한 방문택배(국내 택배·EMS) 접수도 중단됐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지역에 넓게 퍼져 있는 우체국은 지방 특산품을 내다 파는 통로 역할을 담당했다”며 “우체국 업무가 마비되면 한창 출하가 이뤄질 수박, 참외 등 제철 과일·채소를 재배하는 농가에 심각한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체국은 파업에 참여한 위탁 택배기사 대신 일반 우편물·등기·소포를 배달하는 집배원들을 투입해 배송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 갈등은 더 격화하는 모양새다. 월급을 받는 집배원이 택배 배송으로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도 아닌 데다 택배 규격에 따라 이륜차에 싣고 나르는 것 자체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전국집배노동조합은 16일 국회 앞에서 우정사업본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한 규탄 회견을 열 계획이다.
최지웅 정신영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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